[ET단상] PC 유지보수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이인구 카세야코리아 사장 Kevin.lee@kaseya.com

업무용 PC 유지보수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PC 유지보수란 PC에서 발생하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장애를 처리하는 일이다. PC 자원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는 데 필요한 모든 예방정비, 조정, 수리(출장수리 및 반출수리) 부품교환 및 전산시스템에 대한 기술자문을 말한다.

[ET단상] PC 유지보수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지속 성장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PC 유지보수 사업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PC에 대한 지식이 널리 퍼져있지 않던 1980년대에 PC 유지보수 사업은 보스톤컨설팅그룹(BCG)의 사업 모델 매트릭스에서 `캐시카우(Cash Cow)`에 속했다. PC를 잘 다룰 수 있는 엔지니어의 희소성이 높은 유지보수 단가를 높였고, 고객은 큰돈을 주고서라도 유지보수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낮은 진입장벽 때문에 수많은 업체가 시장에 뛰어들었다. PC 유지보수 사업은 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려워지고, 위기를 맞게 됐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출은 감소하고, 엔지니어의 임금, 출장비와 같은 기타 경비가 증가하면서, 이익률은 계산하기에 민망한 지경에 이르게 됐다.

많은 유지보수 기업들이 하드웨어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면서 이러한 이익률 급감을 줄여보려 노력했지만 실효를 거두진 못했다. 또 유지보수 기업들은 낮은 임금과 전문성 확보 미흡으로 잦은 엔지니어 퇴사 문제까지 겪고 있다. 고객 역시 차별화된 서비스가 불가능하니 고객 로열티 또한 떨어졌다.

위기를 맞은 PC 유지보수 사업을 어떻게 바꿔야 다시 `캐시카우` 산업으로, `스타(Star)` 산업으로 만들 수 있을까. 먼저 `캐시카우` 산업으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제품(서비스) 공급 프로세스 혁신이 필요하다. 인력 파견 위주의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는 온라인을 통한 중앙 원격관리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 하드웨어 장애 해결에 파견되는 인력을 최소화하고 소프트웨어적 문제는 모두 중앙 IT 헬프데스크에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출장비용을 절감해 한계에 다다른 이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제품(서비스)은 가용성 증대, 장애 처리시간 단축 등의 지표가 획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서비스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 장애 발생 후 대처하는 기존 `브레이크 픽스(Break-Fix)` 모델에서 사전대처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과는 서비스레벨준수(SLA) 형태의 계약이 가능해질 것이다.

고객 IT 자원을 항시 모니터링하고, 문제발생 이전에 조치를 취해야 하며, 시스템이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유지 관리해야 한다. 이 같은 서비스가 가능해야 치열한 가격 경쟁을 넘어설 수 있으며, 고객 로열티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월 평균 PC 총 장애시간(장애의 발생부터 해결까지의 총소요시간)이 300시간이었던 중견 기업이 서전대처 방식의 유지보수를 활용해 장애시간을 60시간으로 줄인다면 업무 공백으로 인한 손실(24시간×자사 평균시간별 인건비)을 줄일 수 있다.

이미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과 이 지역에 IT헬프데스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도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있다. 사전대처 방식으로 변화한 유지보수 기업은 엔지니어 한명이 담당하는 PC 자원 수를 1000대 이상으로 늘리고도 장애발생률은 낮춰 고객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이제는 국내 유지보수 기업도 사업모델 혁신을 통해 업무 경쟁력 및 고객만족도를 높여 장기적인 수익성 확보와 고객 로열티 증대를 꾀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