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블랙아웃` 대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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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통신 대란 대비해야

#1. 지난 11일 일본에서 이동통신망 장애가 일어나 600만명이 몇 시간 넘게 휴대폰으로 메일을 주고받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만 누적 피해자 기준으로 1260만명에 달하는 이동통신 이용자가 음성·데이터 통화를 못 하는 불편을 겪었다.

#2. 지난해 8월 국내 이동통신사 무선데이터망이 장애를 일으켜 920만 가입자가 반나절이 지나도록 데이터 통화를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업무를 처리하지 못한 퀵서비스 기사가 집단 항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통신사업자와 콘텐츠·단말업체가 대용량 트래픽을 수반하는 스마트 컨버전스 사업을 강화하면서 `통신망 블랙아웃`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순식간에 한국 사회를 혼란에 휩싸이게 했던 전력망 블랙아웃 같은 사태가 통신서비스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예기치 못한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통신망과 관리기술을 고도화하고 신규 주파수 발굴, 합리적 트래픽 관리 기준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대용량 트래픽 유발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통신망 블랙아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시스코시스템즈는 최근 내놓은 `시스코 비주얼네트워킹인덱스` 보고서에서 2016년 우리나라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이 지난해에 비해 10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앞서 국내 모바일광대역주파수협의회가 오는 2015년 5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을 웃도는 수준이다.

실제로 통신 현장에서는 트래픽 급증에 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통신망을 최고 수용치 대비 70% 수준으로 운용하지만 특정시간, 특정지역에서는 종종 100%를 웃돌기도 한다”며 “이때는 해당 지역 네트워크 속도를 늦추거나 일부 차단한다”고 전했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블랙아웃은 보통 예상 못하는 상황에서 오기 때문에 막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전체 네트워크 장애까지는 아니어도 일시적으로 트래픽이 몰리면 블랙아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어느 나라보다 빠른 스마트 기기 및 서비스 확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년 사이 스마트폰 가입자가 1000만, 2000만을 잇따라 돌파한데다 올해 3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사는 음성통화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꿔가고 있다. 콘텐츠·단말업계는 N스크린, 클라우드 등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안정권으로 여겨졌던 유선 분야에서도 KT가 스마트TV로 인한 트래픽 과부하 문제를 제기해 불씨로 떠오른 상태다.

트래픽 급증으로 인한 통신망 장애는 전력망 블랙아웃 사태처럼 미리 예견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사전에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일본 이통사 불통 사태가 우리나라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통신 트래픽 대란에 대해 가치중립적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통신망 투자를 늘리자고 하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통신사가 불만을 제기하고, 반대로 통신망 투자 보호를 논의하려 하면 콘텐츠·단말업계로부터 망 중립성 시비가 일어난다.

모정훈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는 “스마트 기기 확산으로 인한 트래픽 급증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문제”라며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김시소기자

※자료:모바일광대역주파수협의회

○통신망 블랙아웃=통신망이 전국 혹은 일부 지역에서 차단되는 상황이다. 과거 음성통화 중심 통신망에서는 통화량 폭주로 인한 통화 지연에 그쳤지만 데이터서비스가 대중화된 지금은 폭주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처리하지 못해 시스템을 차단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지난해 전력망 블랙아웃 사태 때 지역별로 전력 공급을 차단한 것과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