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거버넌스, 새판을 짜자]김창곤 디지털케이블연구원 원장

“정보통신은 생태계 구축이 중요합니다. 콘텐츠,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함께 움직이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에코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지금 방통위 조직은 장점도 있지만 생태계 구축 측면에서는 한계가 많습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

김창곤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장(63·전 정통부 차관)은 “방송통신 융합 흐름에 맞는 조직이라는 명분은 좋았지만 정작 산업 기여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대표적인 정통부 관료 출신이다. 기술고시를 거쳐 공직생활 대부분을 체신부와 정통부에서 보냈다. 2004년에는 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낼 정도로 산업과 정책을 모두 꿰뚫고 있다. LG유플러스 고문을 거쳐 지난해 11월부터 디지털케이블연구원장으로 일해 왔다.

“가장 큰 문제는 비효율성입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능을 여러 부처로 쪼개면서 효율적인 정책 집행이 힘들어졌습니다. 산업과 시장에도 일관된 메시지를 주지 못해 기업에 혼란을 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산업과 동떨어진, 정책을 위한 정책이 나오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ICT 주요 업무는 정통부를 해체하고 방통위가 출범하면서 각 부처로 뿔뿔이 흩어졌다. 정보화와 정보보호 기능은 행정안전부로, 산업 진흥은 지식경제부로, 콘텐츠는 문화부로 이관됐다. ICT를 기반으로 전통 산업을 더욱 선진화한다는 취지였으나 결과는 사공만 많아지면서 갈 길을 잃었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방통위가 출범한 이면에는 현 정부의 정치적인 계산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출범 때부터 산업보다는 정치 논리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방송과 통신 모두 균형 있게 다뤄졌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주된 관심사는 방송이었습니다.”

그래서 김 원장은 만약 차기 정부조직을 짠다면 방송 그 중에서도 규제 업무는 확실하게 분리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산업 진흥은 단일 부처에서 진행하지만 규제를 포함해서 정치적인 이슈에 민감한 쪽은 과감히 떼어내는 게 훨씬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있을 뿐더러 합의까지 이르는 의견 수렴 등 진행 과정이 확실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옛 정통부를 부활하는 형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처 개편 이전에 10년 후 미래를 볼 수 있는 밑그림을 먼저 그려야 합니다. 국가 미래를 위해 방송통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방송통신 분야 큰 흐름이 어디로 가는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서비스와 관련한 소비자 움직임도 중요합니다. 정부, 산업, 국민 모두 명분을 줄 수 있는 조직 형태가 필요합니다.”

김 원장은 “아직 세부 조직 형태와 업무 분야까지 확정하기는 좀 이르다”며 “그러나 ICT 업무를 모두 관장하는 독임 부처는 미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생태계 가치 사슬에서 콘텐츠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콘텐츠를 중심으로 ICT 전반을 집중 육성하는 조직개편에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