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안 부러워… 일본 '아이돌' 누구야?

가상 아이돌이 1300억원 이상 벌었다

어둠을 깬 화려한 조명 아래 파란 머리를 휘날리며 여가수가 등장하자 도쿄돔을 가득 채운 1만명의 관객이 함성을 질렀다. 이달 9일부터 이틀 동안 네 차례 열린 여가수의 공연은 모두 매진됐다. 주인공은 `하쓰네 미쿠(初音ミク)`, 일본이 만든 버추얼(Virtual) 아이돌이다.

29일 후지산케이비즈니스에 따르면 하쓰네 미쿠 관련 사업 규모는 100억엔(약 1375억원)에 달한다. 내로라하는 아이돌 가수를 능가하는 금액이다. 2007년 8월에 데뷔했으니 5년이 채 지나지 않아 거둔 성과다.

하쓰네 미쿠는 3차원 홀로그램과 음성합성 기술을 합쳐서 만들었다. 삿포로 소재 벤처 크립톤퓨처미디어가 산파다. 기존 3차원 그래픽이 미리 만들어놓은 기성품에 불과하다면 하쓰네 미쿠는 실시간 표현이 가능하다.

말을 하고 노래를 부르며 춤까지 춘다. 특히 목소리는 기계음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실시간 처리 기술을 자랑한다. 관객이나 시청자와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을 주는 비결이 여기에 숨어 있다.

하쓰네 미쿠의 인기는 공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달 14일 나온 앨범은 날개 돋친 듯 팔리며 오리콘 차트 4위에 올랐다. 하쓰네 미쿠를 주인공으로 만든 게임은 100만개 이상 팔렸다. 도요타는 미국 광고에 하쓰네 미쿠를 기용했다. 구글의 일본 광고에도 나온다.

후지산케이비즈니스는 버추얼 아이돌의 성공 요인을 `개방성`이라고 분석했다. 크립톤 측은 3차원 그래픽과 음성 합성 기술을 공짜로 배포했다. 네티즌은 이를 활용해 수많은 하쓰네 미쿠 영상을 만들었다. 참여가 인기로 이어지고 다시 비즈니스로 성장한 선순환 구조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