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종말' 현실 될라 …우주 지켜보는 사람들

[여성 과기인, 삶과 꿈]곽영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연구센터장

영화 `노잉(Knowing)`에는 강력한 태양폭풍이 지구를 휩쓸어 모든 생명을 태워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지구 생명의 원천이자 인간생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태양은 우리가 맨눈으로 보듯 조용하지 않다. 태양 표면에서는 지금도 끊임없이 플레어나 홍염이 발생하고 코로나 물질 방출이나 강한 태양풍을 일으킨다.

'지구 종말' 현실 될라 …우주 지켜보는 사람들

태양에서 분출된 빠른 고에너지 입자는 2~3일 안에 지구 주변 우주 공간에 도달해 지구 자기권과 상층 대기를 교란시킨다. 지구 주변의 우주공간에서 일어나는 환경 변화가 `우주 날씨`다. 각종 통신과 항법 장치, 과학 관측에 널리 사용되는 인공위성은 지구 주변 우주 공간에 상주해 우주 날씨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2013년 7~8월로 예상되는 `태양활동극대기` 기간에는 태양표면의 잦은 폭발현상으로 태양플레어와 코로나 물질 방출이 더 많아져 인공위성의 고장, 궤도 이상, 무선통신 두절, 대규모 정전 사태, 우주비행사와 고공비행 승객의 방사능 피폭 등 다양한 우주재난이 인류에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우주재난에서 인류의 건강한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주환경을 예측하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천문연구원 태양우주환경연구그룹은 태양 활동과 지구 주변 우주공간 환경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예보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나의 임무는 저궤도 위성 운용공간이자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우주공간(100~1000km)인 전리층 상태를 관측·예측하며 그 변화원인을 분석·연구하는 것이다. 최근에 태양활동 극대기가 다가오면서 정확한 전리층 환경정보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선진 관측기술과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국내외 협력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거의 모든 여성과학자가 겪는 출산과 육아 어려움은 나에게도 피해갈 수 없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러나 전리층 분야 국내 첫 여성박사라는 타이틀도 슈퍼맘 역할만큼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과학 기술에 약하다 혹은 과학과 어울리지 않다는 편견에서 나 스스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오히려 여성으로 가질 수 있는 일에 대한 강한 책임감, 끈기와 투지, 동료에 대한 포용력, 특히 일을 즐기는 자세가 과학자와 리더로서의 역할에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

천문우주과학 분야에서 여성이 광활한 우주를 연구하고 관측하는데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꿈과 용기를 갖고 꾸준히 노력하면 원하는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가졌으면 한다. 끈기와 투지를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자기 영역을 확고히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자기 일을 즐기길 바란다. 무엇을 하든 자신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그것이 곧 본인이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여겨진다. 천문우주과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경험했다면 천문우주과학은 곧, 본인의 삶이 될 수 있으리라. 그런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중요할 듯 싶다.

곽영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연구센터장 yskwak@kas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