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독과 몰입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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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카피가 유행했다. 땀 흘려 일한 만큼 잘 쉬어야 한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이 공감했고, 서둘러 기차표와 비행기표를 끊었다. 땀 흘려 일한 이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땀이 송골송골 맺힌 모습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름다운 모양이다.

강한 집중은 사람의 정신 세계를 몰입의 경지로 이끈다. 몰입에 이르면 다른 사람이 불러도 들리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마저 잊는다. 미국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자신의 저서 `flow`에서 밝힌 몰입의 경지다. 그는 몰입하는 삶을 살 때 행복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유명한 인문학자인 정민 교수 역시 열정과 광기를 강조한다. 그는 `미쳐야 미친다`는 책에서 `불광불급(不狂不及)`, 즉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고 전했다. 한 시대의 획을 그었던 선조의 삶 속에 광기와 열정이 있었고, 그것을 원동력으로 역사적 흔적을 남길 수 있다고 풀이한다.

사람이 그 무엇에 미치도록 빠지고 집중하는 모습은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도 있다.

지난 7개월간 연재한 게임기획 시리즈가 끝을 맺었다. 게임중독과 학교폭력이라는 사회문제를 매개로 게임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고자 했다. 독자들의 격려도 많았지만 게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게임중독을 향한 공격은 이어진다. 유형별로 차이가 있지만 게임은 태생적으로 재미있게 만들어진다. 몰입도를 극대화한 게 좋은(?) 게임이다.

어쩌면 중독과 몰입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기준을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정상인도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게임중독과 학교폭력이라는 현안에 직면한 우리 사회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주류 사회가 광인이라고 규정한 세계에 가한 폭력에 천착한 미셀 푸코의 눈에는 2012년 대한민국이 `광기의 역사`일 수 있다.

김원석 콘텐츠산업팀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