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아이디어보브 대표 추천의 변(辯)=“엔분(nboon) 이라는 그룹 펀딩플랫폼을 만드는 이진 대표를 추천합니다.” “지난 `비론치(beLaunch) 2012` 행사에서 부스를 방문했는데 깔끔하게 구현된 서비스와 열정이 느껴지는 대표님의 느낌이 좋아 스토리가 궁금해졌습니다.” 엔분은 크라우드(Crowd) 펀딩을 기본으로 어떤 모임이나 주제를 막론하고 돈을 모아 제공하는 사이트다. 모인 금액의 5%를 수수료로 받아 수익을 얻는다.

한국에 온지 10년째, 산전수전 다 겪으며 성장시킨 회사를 해외에 매각한 뒤 정보기술(IT)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제 IT라니 의아한 사람도 많다. 그런데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란다.
이진 대표가 한국에 온 건 1998년.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이 대표는 카레이서의 꿈을 안고 한국 땅을 밟았다. 스피드를 즐기고 위험을 무릅쓰는 성격답게 아무 연고도 없이 홀로 왔다. 하지만 카레이서는 쉽지 않았다. 영어 강사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2002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중고생용 교재로 유명한 호튼미플린하코트의 한국지사장이 됐다. 이후 로제타스톤 지사장을 겸임하면서 사업 노하우를 익혔다. 8년 지사장으로 일을 하다가 한국 아이들에 딱 맞는 영어 교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8년 회사를 그만두고 아예 한국에서 이노바투스라는 회사를 차렸다. 이때부터 고생을 톡톡히 했다.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교육 전문가를 다 불러 모았다. 200명 넘는 인원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 사재를 다 털어 넣었는데도 자금이 부족했다. 가족·친구에게 꾼 돈만 수억원이었다. 은행 대출도 쓸만큼 다 썼다. 그래도 여전히 쪼들렸다.
국내에 교육 시장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투자자를 찾기가 힘들었다. “꽤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난 뒤에 추가 여력이 없어 포기할까 생각도 했다”며 그 시절을 회상하던 그는 “그래도 그동안 교육 업계에서 쌓아온 신뢰가 있어서인지 신뢰가 생겼다”고 말했다. 대형 출판사와 학원들을 돌면서 아직 출간되지도 않은 교재 브로셔를 들고 다니며 선주문을 받았다. 하지만 실적이 있어도 투자자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웠다. 때마침 금융 위기 때문에 1000원을 밑돌던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으면서 부담은 더 늘었다.
또 다시 예비 고객을 찾았다. 선지급금 10억원을 미리 받았다. “저를 믿고 그렇게까지 해준 곳이 있다는 게 다행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몰렸던 회사는 이 덕분에 회생했다. 드디어 세계에서 팔려나간 영어 교재 `잉글리시 트래블즈`가 나왔다. 매출액이 생기고 신용보증기금에서도 보증을 받을 수 있었다. “3년간 거의 10년은 늙은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떠는 그가 또 다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고진감래(苦盡甘來)의 달콤한 결실을 맛 본 탓일까.
다시 돌아가서 IT 분야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해야겠다. IT 분야가 세계 시장에 도전하기 가장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 여전히 카레이서로 활동하고 있다는 그로서는 빠르게 변하고 모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IT가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엔분 공동대표인 민현기씨가 미국 와튼스쿨에서 공부하면서 생각한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에 대한 내용을 듣자 함께 회사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요즘 말로 크라우드 펀딩으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이미 한국에서 전통을 이어 온 문화다. 엔분(nboon.com) 사이트에 들어가면 꼭 계나 품앗이 모임을 온라인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큰돈이 드는 일이든 작은 모임이든 십시일반 돈을 모으는 장(場)이 서고 친구를 초대해서 공동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교포가 모국에 와서 세계 10위권 기업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낸 10여년, 그 마지막이 어떻게 장식될지는 엔분의 성장에 달렸다.
엔분 현황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스타트업 CEO 릴레이 인터뷰] 이진 엔분 대표](https://img.etnews.com/photonews/1207/301582_20120702151750_399_T0001_550.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