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훈의 디지털 확대경]청렴도와 경제성장률

우리 경제에 어두운 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다시 낮췄다. 지난해 12월 3.7%로 전망됐던 경제성장률은 올 4월 3.5%로 낮아졌다가 이번에 다시 대폭 하향 조정됐다. 3개월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나 내려 잡아야 할 만큼 대외 무역환경이나 우리 경제상황은 바빠졌다. “경제성장 하방위험 가능성이 높다”고 한국은행이 첨언하고 있으니 이게 끝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경제성장률 예측치 3.0%에는 하반기 8조5000억원으로 예고된 정부의 재정투자보강 효과가 포함됐다. 이 규모의 재정투자지출로 연간 성장률 0.1%포인트 정도가 올라간다는 게 한국은행 분석이다. 성장률 전망치가 0.5%포인트 낮아졌다는 것은 단순 계산으로 40조원 이상의 재정투자 확대 효과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성장률 전망치 수정 이틀 전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25%였던 기준금리를 3.0%로 인하했다. 기준 금리인하 결정은 2009년 2월 이후 3년 5개월 만의 일이다. 이 역시 시장에서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한국은행이 돌연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든 건 유럽 재정위기로부터 촉발된 국내 경기침체 상황이 심각한 수준에 직면했음을 설명한다. 이들 전반을 살펴보면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

2개월 전 현대경제연구원은 재미있는 분석 보고서 하나를 내놨다. 제목은 부패와 경제성장. 보고서의 골자는 우리나라 청렴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 끌어 올리면 경제성장률은 명목 기준으로 0.65%포인트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부패와 경제성장의 상관관계를 살핀 기존 실증연구에 근간한 분석이어서 설득력도 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지수를 보면 우리나라 부패지수는 1999년 3.8에서 2008년 5.6으로 개선됐으나 2011년 5.4로 다시 악화됐다. 부패지수는 0이 최악, 10이 가장 청렴한 수준이다. OECD 국가 부패지수 평균 7.0에 도달하려면 우리나라 부패지수를 23%가량 개선해야 한다. 이를 공식에 대입하면 0.65%포인트의 성장률 개선효과가 나온다. 솔깃한 분석이다. 국가 청렴도를 OECD 평균 수준으로만 개선해도 경제성장 효과를 거둘 수 있다.

19대 국회 개원 후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지난주까지 대법관 후보자들 인사청문회가 열렸고 오늘은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거르고 걸렀다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에게 황희 정승의 청렴도는커녕 일말의 경제성장률 개선에 기여할 인물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듣기만 해도 미간이 찌푸려지는 논문표절, 병역면제, 알박기,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등의 단어는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도 반복적으로 나온다.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허구한 날 반복되는 일종의 데자뷰다. 12년간 정부가 내세운 고위공직자 후보들은 무슨 죄를 그리도 많이 졌는지. 그래 놓고도 처벌은 어찌 그리도 잘 피해갔는지. 정말 미스터리다.

정권 말기마다 반복되는 대통령 친인척, 권력 측근 비리는 이번에도 예외가 아닌듯싶다. 대통령에 보통사람, 가난한 사람, 돈 많은 사람 그 누구를 뽑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으니 가슴은 더 답답해진다. 그래도 나라가 이만큼 버텨주는 게 참 신기하고 대견할 따름이다. 산업계와 민간은 불비한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0.65%포인트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몸부림을 이젠 정부도 보여줘야 한다. 금리인하보다 더 중요한 게 청렴도를 높이는 정부의 쇄신이다.

최정훈 성장산업총괄 부국장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