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진정한 상생을 꿈꾸며

[ET단상]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진정한 상생을 꿈꾸며

독일 석학 헤르만 지몬은 `규모는 작지만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기업`을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고 칭하며 `강소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흐름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수의 거대 기업에 의존하는 현 산업 구조를 기술력을 갖춘 다수의 중소 벤처 기업이 중추가 되도록 전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새기게 된다.

최근 벤처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스마트폰을 필두로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 열풍과 함께 취업난에 힘겨워하던 젊은 층이 새롭게 벤처의 문을 노크하고 있다. 우리나라 벤처는 국내총생산(GDP)의 5%를 차지하고 8만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됐다는 칭찬을 받고 있다. 그러나 2만5000개를 넘어선 벤처 가운데 성공 사례로 꼽을 만한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성공을 눈앞에 뒀다 해도 대기업이라는 문턱에서 넘어질 때가 많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 논란도 다르지 않다. 대기업의 소규모 시장 참여 논란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돈이 된다 싶으면 중소기업의 고유 영역이나 기술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성장동력에 목마른 대기업은 넉넉한 자금으로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지분투자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의 참여는 거시적으로 보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물론 있다. 그러나 중소 벤처기업이 기술력을 기반으로 만들어 놓은 시장을 대기업의 힘으로 잠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궁극적으로 시장의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생태계는 먹이사슬이 파괴되면 제 기능을 잃게 마련이다. 중소기업이 무작정 지원해달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이 거대한 자본과 인력, 브랜드의 힘으로 중소기업이 오랜 기간 키워온 시장에 침투해 중소기업을 파산시키는 일은 적어도 막아야 한다.

경제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한 조건도 자연 생태계와 다를 바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함께 공존할 수 있어야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어느 한 쪽의 힘이 비대해져 균형에 균열이 발생하면 생태계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종의 보존이 필요하듯, 건강한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 보호가 필요하다고 본다. 시장에 대기업만 남게 된다면 원활한 순환과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메가트렌드`의 저자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미래학자 존 네이스비트 박사는 그의 저서 `글로벌 패러독스`에서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질서 재편을 예고하고 글로벌 시대에는 소기업이 세계 경제를 지배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글로벌 시대인 지금,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힘을 쓸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한다는 것은 대기업이 벤처의 기술력과 고유 시장을 잠식하는 게 아니라 벤처의 기술을 지원하고 벤처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생 아래 대기업과 벤처가 서로의 영역에서 성장과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 123조에는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훌륭한 중소기업 `특혜` 조항이 우리나라를 더욱 따뜻하고 선진화된 사회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확신을 가지며 정부와 기업, 사회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중소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박상인 새로텍 대표 sipark@sarote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