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108>DTD

실력과 내실이 뒷받침되지 않는 반짝 성공은 오래가지 못함을 일컫는 말.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Down Team is Down)`의 줄임말이다. 프로야구 LG트윈스나 롯데자이언츠 같은 팀이 초반에 좋은 성적으로 기대를 모으다 시즌이 흐를수록 순위가 떨어져 결국 가을 야구와 멀어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생긴 표현이다.

2005년 김재박 당시 현대유니콘즈 감독 인터뷰에서 유래했다. 시즌 초반 전년 우승팀 현대는 하위권으로 처졌고, 만년 하위 롯데는 상위권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이때 김 감독은 인터뷰에서 “5월이 되면 내려가는 팀이 나온다”며 여유를 보였다.

실제로 그해 롯데는 순위가 계속 하락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2007년 김 감독이 LG트윈스로 옮긴 후 LG가 매년 `초반 상승, 후반 추락` 패턴을 반복하면서 프로야구의 진리로 검증됐다. 되풀이되는 희망과 낙담의 드라마에 야구팬들은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자연의 법칙을 발견했고, 곧 `DTD 이론`으로 자리를 굳혔다.

`Down team is down`은 문법에 어긋나지만 찰지게 감기는 어감으로 널리 사랑받는다. 메이저리그에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가 있다면 한국 프로야구엔 DTD가 있다는 말이 나돈다. `메모리 집적도는 18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과 함께 한국에서 탄생한 대표적 법칙이다.

런던 올림픽에서 영국 축구대표팀이 지지부진한 플레이 끝에 한국에 패하자 영국 언론은 `떨어질 팀이 떨어졌다`며 DTD 이론의 현지화를 시도했다.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은 `안 될 놈은 안 돼`라고 노래한다.

다른 분야에도 고루 적용 가능하다. 펀더멘털이 안 좋은 기업은 작전을 해도 결국 주가가 떨어진다는 `주식 DTD`, 과외로 점수만 관리하면 해외 명문대 들어가도 낙오율이 높다는 `학습 DTD` 이론도 유념할 만하다.

*생활 속 한마디

A:480인조 걸그룹 `다이아몬드 터치 다이아몬드`가 반짝하더니 영 인기가 떨어져요.

B:실력 안 보고 외모로만 뽑으니 DTD 하죠.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