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특집1-ICT한류]한국형 국가 과학기술 수립하는 캄보디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는 최근 고층 건물이 많이 건설됐다. 프놈펜시 시민들이 일터로 출근하고 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는 최근 고층 건물이 많이 건설됐다. 프놈펜시 시민들이 일터로 출근하고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729달러(2010년 기준)의 UN 분류 세계 최빈국 캄보디아. 캄보디아가 적극적인 개방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인적자원계획·사회경제개발계획·빈곤퇴치계획·국가전략개발계획 등 국가 중장기 계획을 연이어 수립했다. 그러나 여전히 캄보디아는 빈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기준 캄보디아 글로벌 경쟁 순위는 세계 109위다. 열악한 사회 인프라와 유능한 인력 부족도 원인이지만 국가 전반에 적용할 과학기술 마스터플랜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캄보디아 정부는 과학기술 발전 없이 고도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과학기술 마스터플랜 수립에 나섰다. 전쟁 직후 과학기술을 활용해 빈국에서 급성장한 한국의 과학기술 정책을 모델로 삼았다. 캄보디아 국가 과학기술 마스터플랜 수립 사업에 한국의 토종 컨설팅 기업인 투이컨설팅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참여하고 있다.

◇과학기술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이 모델=캄보디아가 한국형 과학기술 정책 수립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이다. 당시 캄보디아 기획부 공무원은 한국을 방문, 한국이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이뤘다는 내용을 접했다. 전쟁 직후 가난했던 나라가 이처럼 고도 성장을 이뤘다는 것은 캄보디아 공무원들에게 너무나도 부러운 벤치마킹 요소였다.

당장 캄보디아도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해 경제성장을 이루고 싶었다. 그러나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경험이 없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과학기술 수립을 위한 사업예산이 없다는 것이다. 상당 부분 원조를 받고 있는 캄보디아 처지에서 스스로 과학기술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차이 턴 캄보디아 기획부 장관은 “캄보디아 정부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원조를 요청했고 KOICA가 이를 받아들여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역사상 최초로 국가 과학기술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투이컨설팅은 먼저 캄보디아 과학기술 현황 조사에 착수했다. 그동안 캄보디아가 과학기술 정책을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7개 중앙행정기관에서 산발적으로 과학기술 정책을 다뤘다. 각 부처의 과학기술 정책이 연결되지 못했고 대부분 일회성에 그쳤다. 범국가적 과학기술 정책 마련이 시급했다. 과학기술 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 이상의 교육기관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했다.

◇과학기술 개념 없어 심각한 상황=투이컨설팅의 프로젝트 진행이 쉽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인프라 부재가 심각했다. 캄보디아 최고 국립대학이라고 해도 화학과 물리 실험실이 한 개에 불과할 정도로 과학기술 기반이 약했다. 그나마 실험기구가 고장 나면 수리할 수 있는 인력도 없다. 연초에 왕립프놈펜대학을 졸업한 빤야꾼씨(23)는 “나라 전체적으로 이공계 인식이 부족해 학생들 대부분이 회계나 경영 등 사무직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국가 차원의 이공계 투자도 부족하다.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도 열악하다. 통신 네트워크는 물론이고 노트북PC 등 PC 공급이 부족해 공무원이 개인 PC가 아닌 팀 단위 PC를 사용한다.

이보다 더 열악한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 과학기술 개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당시 과학기술을 단순한 정보기술(IT)로만 생각했다. 무선인터넷을 설치하고 노트북PC 등을 만드는 것으로 여겼다. 특허 이해도 부족하고,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지만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캄보디아 내부에서는 정치적인 상황 등으로 프로젝트가 중단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흘러나왔다. 프로젝트관리자(PM) 역할을 수행하는 하스 번튼 캄보디아 기획부 조사국장은 “초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투이컨설팅과 KISTEP 도움으로 본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면서 “무엇보다 캄보디아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농업 등에 과학기술 적용=프로젝트는 내년 11월 완료 예정이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는 우리나라 경험과 기술로 수립한 국가 과학기술 마스터플랜을 기반으로 현실화하는 단계다. 사업 범위는 △국가 과학기술 마스터플랜 수립 △한국 초청 과학기술 기초교육 훈련 △과학기술 정보시스템 기반 구축의 3개 영역이다.

캄보디아 과학기술 마스터플랜은 한국형 국가과학기술 발전모델을 기반으로 한 기초산업과 ICT 등 중점 육성산업 실행계획을 담는다. 여러 정부 부처를 아우르는 국가과학위원회와 기획부 산하 과학기술 전담조직 설립방안도 포함한다. 과학기술 정보시스템으로 웹사이트·모바일시스템·통계정보시스템·데이터베이스(DB)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 해당 공무원 대상 초청 교육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차이 턴 장관은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과학기술 지식을 갖추는 것”이라며 “한국의 과학기술 축적 경험과 역량을 기반으로 과학기술을 총괄하는 전담조직을 설립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캄보디아가 과학기술을 가장 먼저 적용하려는 분야는 농업이다. 자원이 부족한 캄보디아에 가장 중요한 산업은 농업이다. 국민의 80%가 농업에 종사할 정도로 국가적 비중도 크다. 제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이 농업과 관련된 산업이다. 비중이 큰 농업에조차 과학기술이 적용되지 못해 생산과 유통 구조가 후진적이다. 오크 차이 캄보디아 기획부 차관은 “과학기술을 농업에 적용해 쌀 수확량 증가와 해외 수출 등 획기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수산업과 임업에도 과학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프놈펜(캄보디아)=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