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특허전쟁, "이젠 법정 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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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애플이 표준특허 권리를 놓고 법정이 아닌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장외 특허전쟁을 치른다. 향후 국제 특허경쟁 구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양사 간 공방이 치열할 전망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삼성전자가 강조하는 표준특허 권한을 강화하거나 반대로 애플에 유리한 쪽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국제 여론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ITU가 주관하는 첫 국제 공개 특허회의 `ITU 특허 라운드테이블(Patent Roundtable)`이 10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ITU본부에서 열린다.

특허 라운드테이블은 최근 급증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간 특허소송으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고 효과적인 표준특허 활용을 통한 기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수렴한 의견을 차기 ITU 특허정책 방향에 반영한다. 지난달 방한해 삼성전자·애플 특허분쟁 의견 수렴 의사를 밝힌 하마둔 투레 ITU 사무총장이 직접 주재한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유럽특허청(EPO)과 미국 법무부·특허청·연방거래위원회(FTC) 등 세계 각국 담당기구가 공식 패널로 참석한다.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도 참관한다. 삼성전자와 애플을 비롯해 노키아, 에릭슨, 마이크로소프트, 림(RIM), 모토로라 등 기업들도 참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라운드테이블은 오전 공개토론과 오후 비공개 자유토론으로 진행된다. 핵심 주제는 표준특허와 프랜드(FRAND) 원칙 재평가다.

최근 ICT업계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 반드시 필요한 표준특허를 합리적, 비차별적으로 공유해야 한다는 프랜드 원칙을 놓고 찬반 양론이 한창이다.

프랜드가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특허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이 특허권자 기술에 무임승차하는 용도로 변질되는 문제가 나타났다. 다른 한편에선 표준특허 보유권자가 경쟁사 진입을 막기 위해 프랜드 원칙을 성실히 따르지 않는다는 불만도 커졌다. 자연스레 현 표준특허와 프랜드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됐다.

쟁점은 재검토 방향이다. 표준특허권 보유 여부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와 애플 미국 소송전은 표준특허 인정 여부가 승패를 갈랐다. 상용특허 위주로 대응한 애플이 표준특허에 무게를 둔 삼성전자를 배심원 평결에서 이겼다.

ITU 특허 라운드테이블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예상된다. 애플은 오전 공개토론에 BJ 와트러스 지식재산(IP) 담당 수석변호사가 모토로라, RIM과 함께 산업계 패널로 참석한다. 애플은 표준특허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프랜드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오전 공개토론에 참여하지 않는다. 오후 비공개 토론에서 각 이해당사자를 대상으로 자사 견해를 설명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국내 IP 담당자와 미국 법인 변호사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라운드테이블 논의가 프랜드 정책 강화와 축소 중 어떤 방향으로 수렴될지 예측하기 힘들다”면서도 “애플 등 일부 기업과 단체는 표준특허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프랜드(FRAND)=`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ion)` 표준특허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프랜드로 표현하는 유럽과 달리 ITU와 미국은 공정함(Fair)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랜드(RAND)`로 쓴다. ITU 라운드테이블 공식 용어도 랜드다. 기사 본문은 한국에서 통용되는 프랜드로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