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눅스 창시자 `리누스 토발즈`, "PC 시장에서도 리눅스 시대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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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전, 핀란드 헬싱키의 한 대학생이 리눅스 운용체계(OS)를 개발했다. 운용체계는 사실상 한 개인이 뚝딱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복잡한 자동차를 한 사람이 디자인·설계·조립까지 혼자서 해낸 것과 비교될 정도다. 이렇게 만들어진 OS가 시대를 막론하고 20여년 넘게 세계적으로 많은 분야의 사람들에게 활용되고 있다.

윈도 OS를 개발한 빌 게이츠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다. 반면 리눅스를 개발한 리누스 토발즈는 개발 결과물을 자유롭게 누구나 쓸 수 있도록 공유했다. 이것이 바로 그를 추종하는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가장 큰 이유다.

최근 오픈소스 SW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자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에 이어 리누스 토발즈가 조심스레 `IT업계 거물`로 재조명 받고 있다. 외신을 통해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다시 그의 시대가 올까.

리누스 토발즈가 10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이번이 두 번째다. 2002년 방한 당시 그는 서울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수여받기도 했다.

전자신문은 11일과 12일 이틀 간 개최되는 `제1회 코리아리눅스 포럼`의 기조연설 차 참석키로 한 그와 미리 단독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매우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를 한 달 간의 설득 끝에 지면으로 끌어냈다. 대한민국 미래 과학자와 독자들을 위해서다. 국내 언론사 처음이기도 하다.

“오픈소스 SW는 모든 최신 기술에 적용될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데스크톱 시장에도 이러한 리눅스 시대가 열릴 것을 확신합니다.”

리누스 토발즈는 데스크톱 환경에서의 리눅스 시장 성장에 강한 확신을 내비쳤다. 이미 서버 시장에서는 전 세계 10대 서버 가운데 중 9대가 리눅스 OS로 운영되고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도 두 명 중 한 명이 안드로이드 사용자다.

슈퍼컴퓨터, 주식시장, ATM, 의료 분야 등 사실 이미 많은 종류의 리눅스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 세계 어딘가에서 매일매일 우리는 리눅스의 신세를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PC 영역에서 만큼은 리눅스가 기대만큼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안드로이드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지만 지금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존재로 발전했다”면서 “이제는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오픈소스가 모든 기술의 기반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모바일에 이어 PC 시장에서도 오픈소스 진가가 발휘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PC 시장에서의 리눅스의 반격 기회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오픈소스, 모든 기술에 적용될 수밖에 없는 `영원한 스테디셀러`=최근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같은 IT업계 핫 이슈들이 오픈소스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 과정에서 오픈소스가 재조명 받고 있는데 대해 그는 당연한 결과라고 답했다.

토발즈는 “오픈소스는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분야에 특화돼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면서 “단지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를 언급하면서 오픈소스도 덩달아 자주 언급됐을 뿐, 결국 모든 현대 기술에 오픈소스는 포함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리눅스의 강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부분이 `유연성`”이라며 “오픈소스는 각자 자신의 목적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면서 새로운 영역에서의 요구를 유연하게 수용하기 때문에 앞으로 모든 실험적인 제품(experimental stuff)에 오픈소스가 최우선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용자들은 기존에 오래된 것을 결코 재활용해서 사용하고자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존하는 툴 가운데 사장 최신의 것을 적용해서 구현할 수 있길 원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오픈소스라는 설명이다.

그는 “초기엔 오픈소스가 최종 소비자 시장보다는 `부티크(boutique)` 시장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10년 전 오픈소스가 범용(commodity)화되는 게 명확해졌고, 이후 오픈소스가 아닌 제품이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힘들어졌다”면서 “이제 오픈소스에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쉽고, 충분하게 얻을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별도의 돈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것은 더 이상 이해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모바일 시장에서 리눅스, 강세 더 두드러질 것=토발즈는 모바일 시장에서 리눅스의 성장에 대해서도 강함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모바일 시장에서 리눅스의 폭발적인 성장은 해결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문제를 풀게 되면서 이뤄진 것”이라며 “단순한 전원관리 문세에서부터 ARM SoC 코어에 이르기 까지 치명적이고 복잡한 문제들을 빠른 시일 내 해결함으로써 오픈소스의 가치가 제대로 구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바일, 임베디드 분야에서의 새로운 도전으로 하드웨어 개발이 무척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토발즈는 “PC·워크스테이션·서버 분야는 기본이 되는 하드웨어가 매우 비슷한 형태로 개발되고, 많은 주변기기들도 쉽게 추가할 수 있는 형태였을뿐 아니라 관리도 상대적으로 수월했다”면서 “하지만 모바일 분야서는 많은 플랫폼과 연동될 수 있도록 맞춰 줘야하고 수많은 개발자들의 헌신이 요구돼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픈소스는 지금껏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고, 다른 사람들을 위한 `시장 성장`이 동기 부여가 돼 왔다”면서 “모바일뿐 아니라 더 많은 하드웨어 환경에서 오픈소스의 적용 범위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오픈소스 산업,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해야=토발즈는 한국이 오픈소스 분야에서 조금씩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이 아닌 대부분 하드웨어 측면에 치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토발즈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많은 제조회사들이 자사 디자인과 제조 과정에 오픈소스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과 SW를 만들고 있는 외부 회사들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지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모바일과 임베디드 분야에서 리눅스 개발의 중심 국가로 부각될 수 있는 기회임에도 이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참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한국 개발자나 기업들이 더 많이 글로벌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해 급변하는 오픈소스 진영의 동향과 기술을 습득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한국 개발자들이 글로벌 오픈소스 커뮤니티나 프로젝트에 참가한 것을 본 적이 별로 없다”면서 “하지만 이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는 않고 있는 이유는 이미 일부 한국 개발자들에 의해 씨앗이 뿌려졌고, 몇 년이 지나면 조금씩 성과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국내 개발자들에게 조언 한 마디를 부탁했다. 국내 개발자들이 향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최신 기술 동향이 무엇인지도 함께 물었지만 이 질문에 대해서만큼은 의외로 다소 소극적인 답변을 했다.

그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것을 피하고 싶은 사람이라 전제하며 “개발자는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내 거기에 몰두하는 게 정답”이라며 “그것이 꼭 새로운 트렌드나 특정 기술일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