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의 어울통신]준비된 후보와 부처 개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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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정의 어울통신]준비된 후보와 부처 개편론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했던가. 1997년 대선 때도 그렇고, 이번 19대 대선에서도 그렇다. DJ가 그랬고, 박근혜 후보도 그랬다. 문재인 후보도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 경험을 준비된 대통령론으로 내세웠다.

의미 이상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 함은 정치와 경제, 문화, 사회, 교육, 국방, 외교 등 모든 부문에서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상과 현실감각을 겸비해야 한다. 개인의 삶과 표심을 의식하면서부터는 경제에 더 방점이 주어졌다. 청사진이라고나 할까.

준비된 이의 기본이다. 비전과 철학은 정책으로 이어져야 하고, 정책의 기획과 수행은 정부 조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정부 조직의 형태가 중요한 이유다. 비전이 아무리 훌륭해도 이를 실행할 제대로 된 조직이 없다면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

MB정부 얘기로 돌아가 보자. 집권에 성공한 권부 핵심은 참여정부와 차별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준비가 소홀했다. 정파성만 부각됐다. 결과적으로 부총리급 과학기술부를 폐지하고 정보통신부를 해체했다. 참여정부가 내세운 과학기술·정보기술(IT) 강국 대신에 단기 성과를 낼 수 있고 전통적 지지 기반을 묶어둘 수 있는 토목 건설 위주의 밑그림을 그렸다. 통일부까지 폐지하겠다는 권부의 발상은 수구적 냉전 논리만 재현했다. 국민이 바랐던 `경제 대통령`의 기대는 한낱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마침 박근혜 후보가 미래창조과학부를 들고 나왔다. 과학기술부 부활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 모든 국정 중심에 과학기술과 IT를 두겠다고 했다. 참여정부의 과학기술부총리론을 빼닮았다. 문재인 후보도 정보통신미디어부 신설과 과학기술부 부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해양수산부 부활, 중소기업부 신설 공약도 내놨다. 안철수 후보는 미래전략부 신설을 공언했다. 캠프별로 기회균등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 공직자비리수사처, 사회적경제위원회 등도 나왔다.

정부 조직의 대폭 개편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MB정부와의 차별화라고나 할까. 여야 후보가 공약화한 이상 되돌리거나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면 어떤 게 나을까. 분명한 것은 지금처럼 정부 조직론이 산발적으로 나와서는 국민의 제대로 된 선택을 바랄 수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미래창조과학부는 캠프내 혼선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미래창조과학부를 발표하면서 기존 과학기술부 영역이 아닌 소프트웨어(SW)와 콘텐츠를 강조하는 바람에 지경부·문화부·방통위 영역을 통할하는 부처로 인식된 탓이다.

나무와 숲을 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정부 조직의 총론과 각론이 나와줘야 한다는 얘기다. 일자리 창출과, 복지국가 건설, 경제민주화, 통일의 큰 그림을 그려가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외교, 국방, 통일, 재정금융, 경제, 산업 등 부문별 정부 조직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시대정신을 반영한 `준비된 대통령`의 철학과 비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다시 MB정부다. 집권 이후 그림을 그리다 보니 정파성이 우선시됐다. 정파적 목적을 바탕으로 한 기능 간 연계를 강조한 대부처주의가 결과적으로는 유기적, 화학적 통합을 이루지 못했다. 부처 간 조정과 협력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고, 토목 건설 위주의 단기 성과에 집착하다 보니 미래 성장동력은 등한시하게 됐다.

`준비된 후보`라면 정부 전체 부처 개편안으로도 심판받으라는 얘기다. 물론 부처 개편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기존 조직에 구조적 결함이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부처 개편을 기정사실화했을 때 정부 조직이 흔들릴 것을 걱정할 게 아니라 대선 이후의 더 큰 왜곡과 뒤틀림을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박승정 정보사회총괄 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