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2기 행정부, 무너진 IT 환율 마지노선 복원시킬까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수출 마진 확보를 위한 기업규모·업종별 환율 마지노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된지 하루 만에 `재정절벽(fiscal cliff)` 이슈로 원달러 환율이 큰 폭 상승했다. 가전·반도체업계 환율 마지노선이 이미 무너진 것으로 조사돼 2기 오바마 행정부 정책이 환율시장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는 전날보다 3.9원 오른 1089.30원에 마감됐다. 이날 환율은 미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재정절벽 문제 현안이 불거지며 4.10원 오른 1089.50원에 개장했다. 재정절벽이란 정부의 재정 지출이 갑작스럽게 줄거나 중단돼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당선자가 정해지면 각종 경제·금융정책 방향 불확실성이 사라져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하루 만에 사라졌다. 이 때문에 밤 사이 뉴욕증시가 하락하고 유로화도 약세를 보여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개장 직후 고점 인식 매도 물량이 나와 상승폭은 다소 줄었다.

하지만 오바마 재선이 환율 하락을 견인할 것이란 분석도 만만찮다. 오바마 대통령이 기존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다 각종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공화당 밋 롬니 후보는 통화정책 완화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던 것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존 정책을 이어가며 달러 약세를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의 지속적인 하락은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을 증가시켜 새로 구성될 오바마 2기 행정부를 자극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등과 같은 한미 간 통상 문제를 더욱 거세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500개 수출기업을 설문조사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1080원대 이하를 유지하면 가전·반도체 등 주력 수출업종 상당수가 피해를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지노선을 업종별로 보면 가전 1106원, 석유화학 1104원, 반도체·디스플레이 1099원 등이다. 8일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이 1085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 업종은 수출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인 셈이다. 자동차·철강·금속(1084원), 조선·플랜트·기자재(1083원), 정보통신기기(1082원), 기계·정밀기기(1082원) 등도 환율이 더 하락하면 피해가 발생한다.

기업 규모별 환율 마지노선은 대기업이 1076원, 중소기업이 1090원이다. 대기업은 아직 여유가 있지만 중소기업 피해는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환율 하락으로 이미 피해를 봤다고 답한 기업이 절반 이상인 57.6%에 이르렀다. 피해 유형으로는 환차손 발생(76.4%)이 가장 많았고, 채산성 악화(51.4%), 가격경쟁력 약화(26%) 등의 순이었다.

업계는 정부에 바라는 대책으로 `안정적 환율 운용`(47.4%), `수출금융 지원 강화`(22.4%), `기업 환위험 관리 지원`(19.3%), `외환보유고 확충`(4.9%), `결제통화 다양화 추진`(3.8%) 등을 꼽았다.

상의 관계자는 “환율 하락의 영향을 받는 가전,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며 “이들 업종의 수출 채산성 악화는 우리 경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표】수출 마진 확보를 위한 기업규모·업종별 환율 마지노선(단위:원)

※자료:대한상공회의소

오바마 2기 행정부, 무너진 IT 환율 마지노선 복원시킬까


류경동·김준배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