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술산업계가 위축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업이 초라한 성적표를 감출 길이 없다. 이른바 `잘 나간` 기업이 아예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버티는 게 최선인 시대다.

그런데 불황의 그늘이 커질수록 더 빛을 발하는 기업들이 있다. 미래를 보고 꾸준히 준비하고 실력을 키운 기업들이다. 앞으로 기술강국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우고, 기술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파워기업들이다. 전자신문은 이러한 기업들의 활약상을 `파워클럽`이라는 이름 아래 수시로 지면에 소개할 예정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LED TV나 3DTV, 스마트TV가 저마다 화질과 입체 영상, 다양한 앱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LCD TV는 어느새인가 매장 구석으로 밀려났고 브라운관 TV는 역사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이들 TV 모두 화면은 LCD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LED TV는 후면 조명(백라이트)을 냉음극 형광램프(CCFL)에서 LED로 바꾼 것뿐이다. 결국 최근 판매되는 TV 대부분은 LCD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것도 풀HD급이다. 다시 말해 최근 판매되는 TV의 화질은 별반 차이 없다는 것이다.
LCD TV 구매를 결정하는 큰 요소로 크기와 가격을 들 수 있다. 저렴하면서도 화면이 큰 TV를 찾는 것이다. 물론 같은 가격이면 화면이 큰 TV를 선호한다. 고가의 대형 TV는 시청용이기도 하지만 부를 나타내는 과시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에서만 생산하던 LCD TV가 얼마 전부터 중소기업에서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대중화됐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던 대형 LCD TV를 100만원 이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은 고급 시장 선점을 위해 최근들어 50인치가 넘는 초대형 TV를 내놓기 시작했다. 화질도 풀HD급을 넘어 초고해상도(UD) TV다. LG는 지난달 82인치 전자칠판을 공개했고 삼성은 85인치 UDTV를 준비 중이다. TV 크기 전쟁이 다시 불붙은 것이다.
◇세계 최대 크기 프리즘시트 생산=코아옵틱스(대표 정윤정)는 미래를 내다보며 준비하는 기업이다.
코아옵틱스는 충남 아산테크노밸리 산업단지 내에 세계 최대 크기인 108인치 프리즘시트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하고 지난달 말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 LCD TV 크기 전쟁이 재발할 줄 알고 준비한 것이다.
프리즘시트는 LCD 휘도를 높이기 위한 백라이트유닛(BLU) 핵심부품이다. 측면에서 들어오는 빛을 패널 정면으로 굴절시킨다. 광원을 후면에 두지 않아도 돼 LCD의 두께를 줄이고 화질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코아옵틱스의 프리즘시트는 현재 양산형 TV 크기보다 20인치 이상 크다보니 앞으로 수년간은 코아옵틱스의 독주 체제가 예상된다.
코아옵틱스가 생산하는 프리즘시트는 롤 형태의 원단을 들여와 롤투롤(Roll to Roll) 공정으로 가공, 이음새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일부 가전 업체들이 100인치가 넘는 LCD TV를 선보인 적이 있지만 이는 프리즘시트를 이어 붙인 것으로 화면에 이음새가 보이는 단점이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LCD TV 크기를 결정하는 건 패널이지만 백라이트유닛(BLU)이 따라와야 가능하다”며 “당연히 프리즘시트 크기에 맞게 LCD TV 생산도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장 마스터롤까지 원스톱 생산라인 구축=코아옵틱스가 세계에서 가장 큰 프리즘시트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은 같은 크기의 마스터롤이 있기에 가능했다.
코아옵틱스는 지식경제부 산업원천기술개발과제로 보유한 도금기술과 대면적 미세패턴 기술을 이용, 세계 최장 마스터롤을 만들어냈다. 마스터롤 제작부터 프리즘시트까지 원스톱 생산라인을 구축한 것이다.
마스터롤은 무게 600㎏, 길이가 2.4m나 되는 롤모양 쇳덩어리로 표면에 미세한 크기의 프리즘 모양 패턴이 새겨져 있다. PET필름에 자외선(UV) 레진을 마스터롤에 묻혀 눌러 찍으면 프리즘 모양이 PET필름 위에 찍히게 된다. 마스터롤이 프리즘시트 품질을 결정하는 이유다.
정윤정 코아옵틱스 대표는 “마스터롤은 생산라인에서 일정 시간이 되면 프리즘모양의 끝이 마모되기 때문에 새로 교체해야 하는 소모성 부품”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크고 우수한 품질의 프리즘시트를 생산하기 위해 마스터롤 금형부터 롤 제작, 시트 생산까지 가능한 원스톱 생산설비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원천기술이 경쟁력=코아옵틱스의 경쟁력은 원천기술에 있다. 도금기술과 대면적 미세패턴 가공기술이다. 마스터롤 및 광학필름 관련 특허만 13건이고 실용신안도 1건 등록했다. 중소기업은 전략을 집중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는 정 대표의 경영방침에 따른 것이다.
마스터롤을 일정한 두께로 도금하는 게 바로 기술력이다. 마스터롤에 패턴을 입히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패턴가공에 맞게 도금공정을 갖춰야 한다.
대면적 미세패턴 가공기술은 완벽하게 도금된 거대 롤에 아주 미세하고 작은 패턴을 입히는 것으로 시장에 노출을 극히 꺼려하는 부분이다. 경쟁자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코아옵틱스는 현재가 아닌 미래에 강자가 되기 위해 당장 사업화가 가능한 기술보다 원천기술 개발에 중점을 둔 것”이라며 “현재 경쟁이 예상되는 80인치대 TV는 물론이고 108인치 이상의 LCD TV가 나올 때까지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윤정 코아옵틱스 대표
“기초〃기반기술이 버팀목 역할을 하지 않으면 첨단산업의 실효성은 없습니다.”
정윤정 코아옵틱스 대표는 영국 브리스톨대학 J.D.부커 교수의 저서를 인용해 “기계관련 산업에서 제품의 개발단계 중 고장의 주요원인은 열처리, 주조 등에서의 제조결함”이라며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원천기술을 내재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대표가 LCD용 프리즘시트 시장에서 유독 마스터롤 금형에 초점을 맞춘 것도 같은 맥락이다.
3M이 특허를 무기로 독점하고 있던 프리즘시트 시장은 단일품목이지만 시장규모가 크다. 기술 진입장벽도 높고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다. 2007년 초 3M의 장기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수많은 기업이 프리즘시트 생산에 뛰어들었지만 코아옵틱스는 마스터롤 금형을 선택했다. 프리즘시트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 마스터롤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품질과 공정을 개선하는 것은 잠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쉽게 경쟁기업에 따라잡히고 만다”며 “중소기업은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으면 존립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기업공개로 투자받은 자금을 프리즘시트 생산라인에 투자하고 프리즘시트 생산공정 개발에 착수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마스터롤을 제작하는 게 목표다. 결과는 성공이다. 국산화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게 됐다.
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은 좋지 않았다.
정 대표는 “대기업도 사업부끼리 합병하고 기존 기업들은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하기 시작하는 등 LCD 시장이 한동안 위기였다”며 “오히려 이 시기 동안 우리는 공장을 짓고, 기술을 개발할 시간을 벌었으니 기회”라고 말했다.
LCD 시장이 다시 고개를 들 때 준비를 끝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아옵틱스는 지난달부터 양산에 들어갔고 내년 수주물량을 위해 벌써부터 증축을 서두르고 있다.
정 대표는 “프리즘시트는 LCD 산업을 뒷받침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며 “코아옵틱스는 광학필름 분야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한 한국 LCD산업이 외산 기술에 종속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 이 제품]프리즘시트
코아옵틱스가 생산하는 LCD용 프리즘시트는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최대 108인치까지 생산 가능하다.
PET 필름 원단을 롤 형태로 들여와 다른 롤에 감는 방식인 롤투롤(Roll to Roll) 공정을 적용했다. 롤 형태의 원단이 프리즘 형상이 새겨진 프리즘시트로 바뀔 뿐이다.
롤에 감겨있어 이음새가 없는 게 특징이다. 프리즘시트를 이어 붙이게 되면 이음새로 빛이 새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코아옵틱스의 초정밀 미세패턴 가공 기술로 프리즘 패턴의 간격 오차는 ±0.1㎛에 불과하다.
원가 경쟁력도 앞선다. 롤형태의 시트에다 광폭이어서 생산한 원단을 LCD 크기에 맞게 여러 개로 잘라 쓸 수 있다.
또 일정한 패턴이 있는 프리즘시트 LCD 후면에 삽입할 때 2장의 프리즘시트 패턴이 겹치는 현상을 피하기 위해 마스터롤을 사선으로 가공했다. 사선 패턴 가공기술력을 양산수준까지 끌어 올리는 데 1년 넘게 걸렸다.
이 경우 원단을 자를 때 비틀지 않아도 돼 버려지는 부분이 크게 줄어든다. 이는 코아옵틱스가 세계 최초로 구현한 양산기술로 제품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2007년 지경부 산업원천기술개발과제를 시작하면서 5년 동안 매년 10억원 이상씩 기술개발에 투자한 성과다.
회사 관계자는 “LCD TV와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 LCD를 이용한 기기들이 늘어나면서 원가 경쟁력을 갖춘 프리즘시트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파워클럽]코아옵틱스](https://img.etnews.com/photonews/1211/352513_20121112165851_788_T0001_550.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