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가전 에너지등급강화...삼성·LG 등 업계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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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새해부터 주요 가전제품의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 강화를 예고하면서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 제조사들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한다. 전력소비 절감과 고효율화 제품 개발 등의 기본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새해 주력 신제품 개발을 마친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기준 강화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12일 가전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TV와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7대 주요 가전의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 비중을 대폭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TV와 에어컨, 전기밥솥은 새해 1월부터, 김치냉장고와 세탁기·식기세척기는 4월부터, 냉장고는 6월부터 강화된 새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가전 제조사들은 품목별, 사업부별로 적용 기준의 세부사항 점검에 착수했다. 신제품 출시 일정과 자사 기술수준을 재검토하는 등 자체 대응반도 가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가 가장 민감해 하는 품목은 TV다. TV 에너지효율등급제는 지난 7월 처음 도입됐다. 불과 5개월 만에 에너지 등급기준이 전면 변경되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이미 새해 초 주요 전시회인 `CES 2013`에 공개할 주력 TV 라인업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새 제품 공개까지 채 두 달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 대책까지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TV제조사 한 관계자는 “주요 제품은 기획단계부터 에너지 1등급 확보를 기본에 두고 기술개발과 출시 일정을 잡는다”며 “TV는 이미 내년 주력 모델이 확정된 상태인데 갑작스럽게 에너지등급이 변경되면서 대응법에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TV 업계는 등급제 변경 시행일 연기를 포함한 공통된 업계 의견을 모아 정부에 추가 건의할 예정이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도 올해 신제품은 대부분이 효율 1등급 라벨이 붙었다. 하지만 내년에 같은 제품이라도 2, 3등급 에너지효율 모델로 전락한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야심차게 내놓은 900리터급 냉장고도 바뀐 기준에서는 에너지 등급이 2, 3단계 하락할 것으로 본다.

가전 제조사 한 임원은 “냉장고는 기존 에너지효율 기준에 맞춰 대용량화를 위해 벽체를 얇게 하고 신기술을 넣는 등의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며 “에너지 기준 강화가 고효율 기술개발이라는 순기능도 하지만, 제품의 프리미엄 기능 탑재와 대용량화 등 다른 측면에서는 오히려 기술 진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뀐 기준에 기업들이 대비할 시간을 더 주는 것이 최선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가전 에너지등급 강화가 중소기업에 더 큰 부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에 비해 기술개발과 제품 대응 속도가 더딘 중견·중소기업들은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 간 양극화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력소비 절감과 고효율 제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에너지효율 기준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1등급 제품 비중을 10% 이내로 대폭 축소해 제품의 변별력도 높인다는 접근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시장에서도 에너지등급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소비자 효용을 높이고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기준을 더욱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업계 의견을 포함한 대국민 의견수렴과 지경부·총리실의 규제개혁 심사를 거쳐 12월 에너지등급 강화 최종안을 확정, 고시할 예정이다.


에너지소비효율등급 기준 강화 대상제품
자료:지식경제부

새해부터 가전 에너지등급강화...삼성·LG 등 업계 `발등의 불`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