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빅데이터`보다 `빅싱크`가 문제다

[ET단상]`빅데이터`보다 `빅싱크`가 문제다

현대 사회가 디지털화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많은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다. 이들 데이터의 수집·저장·검색·분석 등의 대안으로 `빅데이터(big data)`가 이슈로 떠올랐다. 디지털화를 이끌고 있는 요인은 단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일 것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를 이용해 콘텐트를 생성하고 대화를 나누고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마케팅하는 사람이 볼 때 이것이 얼마나 큰 기회인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현재 국내 기업 수준에서 빅데이터는 아직 정보기술(IT) 벤더들의 잔치가 아닌가 싶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이 데이터가 없어서 못하는 일이 있는가. 만일 원하는 데이터가 100% 있다고 하자.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이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기업은 불과 몇 %다.

데이터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와 전략을 수립하고 마케팅을 실행하는 우리의 업무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아직 우리나라 기업이 빅데이터를 요구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다.

빅데이터 성공 사례를 보면 2000년 국내에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이 처음 도입될 때 하던 이야기와 별반 다른 것이 없어 보인다. 현재 우리 기업에 진정 필요한 것은 빅데이터가 아니라 빅싱크(big think)다.

빅데이터를 말하기 전에 `스몰데이터(small data)`는 과연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그동안 만든 데이터웨어하우스(DW)조차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이 별로 없어서다.

빅데이터가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를 분석해서 기업에 활용할 수 있는 `빅싱크`를 강화해야 한다.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데이터를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떠한 데이터가 필요하고 필요 데이터를 어디에서 어떻게 수집할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과거 DW의 실패 요인은 데이터를 모아만 놓으면 `언젠가 누군가 쓰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빅데이터를 기업마다 구축하기에는 많은 비용이 들고 국가적인 낭비를 초래할 것이 눈에 훤하다. 빅데이터는 경제 변화 흐름이나 기상을 예측하는 등 말 그대로 거대한 흐름을 예측하고 변화를 포착할 때 필요하다. 이를 효율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일반 기업에 클라우드 형태로 서비스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일반 기업은 기업 내부 데이터와 접목해 필요할 때만 빅데이터 시스템을 임대해 사용하면 된다. 결국 기업은 빅데이터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빅싱크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 고객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제품, 서비스가 아니라 `좋은 경험`이다. 고객의 좋은 경험은 고객의 감정에서 발생한다. 기업의 매출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고객이 이탈하는 것이 문제다. 고객이 이탈하는 것은 가격 대비 좋은 경험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은 막연한 빅데이터가 아니라 우리 앞에 있는 고객의 감정을 읽어내고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론을 배워야 한다.

기업은 이제 점점 많은 곳에 센서를 달기 시작했다. 데이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스몰데이터라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빅싱크를 강화하고, 앞으로 10년 뒤에나 오게 될 빅데이터 시대에 대비하기 바란다.

류승범 UBCNS 대표·경희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crmcrm@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