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여론조사와 인터넷 정보의 활용](https://img.etnews.com/photonews/1212/365852_20121211154138_791_0001.jpg)
뉴욕타임스는 미국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23개 기관의 정확도를 분석했다. TIPP라는 기관의 조사 결과가 0.1%의 오차로 가장 정확했고, 구글이 인터넷으로 진행한 조사는 1% 오차로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갤럽은 7.2%의 오차를 내서 거의 꼴찌를 기록했다. 여론조사는 녹음된 내용을 들려주는 방식, 조사원이 직접 질문하는 방식, 인터넷 조사 방식 세 가지로 이루어졌다. 이 가운데 가장 오차가 적은 방식이 평균 2.1% 오차를 낸 인터넷 조사 방식이었고, 가장 큰 오차를 낸 방식은 평균 5% 정도인 녹음된 내용을 들려주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여론조사보다 더 정확한 결과를 보여준 것은 구글 검색 트렌드였다. 구글이 미국 대선 기간 동안 제공한 키워드 검색과 유튜브 선거 캠페인 동영상 클릭률을 비교한 트렌드 그래프를 보면 선거가 종료되기 전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롬니 후보를 꾸준히 일정 비율로 앞서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주별로 주요 선거 이벤트마다 변화하는 모습, 선거 기간 중 매일 변화하는 지지율을 시간의 흐름과 분류된 지역에 따라 볼 수 있도록 제공했다.
아마도 구글이 최고의 여론조사 기관으로 등극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그동안 구글은 독감 트렌드를 미국 식품의약국(FDA)보다 정확히 예측해 검색어 분석을 이용한 미래 예측에 일가견이 있음을 입증해왔다.
한편 구글은 최근 크롬이라는 웹브라우저에 `Do Not Track`이라는 정책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는 온라인에서 이용자가 검색한 내용을 추적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이다.
구글의 가장 큰 수익 모델은 온라인 광고다. 구글은 온라인 광고의 적중률을 높이려고 PC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보거나 검색하면 웹브라우저가 그 내용을 저장·분석해 그 사람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상품 광고를 제공하도록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광고주에게는 광고 효과를 높여 비용 대비 효율을 끌어올리고, 이용자에게는 가장 적합한 광고 정보를 제공해 편리성을 높인다. 이러한 형태를 분석한 온라인 타깃 마케팅은 각종 신기술을 이용해 점점 보편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2010년 12월 1일, 미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용자가 웹사이트의 온라인 추적을 피할 권리를 인정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해에는 미 연방과 주 의회에 온라인에서 추적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 여섯 건이 제출돼 일부가 통과됐다. 현재 대부분의 웹브라우저는 이용자가 웹사이트 검색 정보를 추적당하지 않도록 선택권을 보장하는 옵션을 제공한다. 구글은 가장 늦게 이 선택권을 제공했다. 프라이버시를 증진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의 `Like(좋아요)`는 이러한 회피를 선택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 추적을 이용한 데이터 분석은 그동안의 `양적 분석` 등 많은 사회과학에서 활용하는 분석 방법론보다 신뢰도가 높은 반면에 개인 사생활 보호에 치명적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보를 공적으로 잘 이용할 방법은 없을까. 지난번 야당의 단일화 방식 논란을 보면서 오차율과 정확도에서 차이가 나며 왜곡이 있을 수밖에 없는 방식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분석 방법을 채택할 수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과학을 뒤로한 합리적이지 못한 정치적 논란 탓에 우리에게 부과된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나라 포털 기업이 구글처럼 빅데이터 분석 체계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정보보호 관련 저항, 규제, 비용, 데이터 제약 등 때문일까, 아니면 결과를 수용하기 어려운 정치문화 때문일까.
사생활 보호 문제라면 몇 가지 타협점이 있다. 규제를 통해 개인을 식별하지 않고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익명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과 기술을 본래 목적대로 활용한다는 성숙함이 확보될 때 가능하다.
온라인 데이터 활용과 사생활 보호 문제가 어느 정도 절충점을 찾게 되면 자살하려는 사람의 온라인 행태를 분석해 자동으로 `사회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메시지와 사회적 멘토의 위로와 치유의 공감을 전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새로운 기술은 인류의 발전을 이끌어오기도 했고 전쟁에 활용돼 국가와 민족을 말살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로가 사회구조와 문화적으로 막혀 있다면 과학과 기술이 질식해 우리 삶과 기업 환경은 물론이고 국가 경쟁력까지 추진력을 잃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넘치고 아이디어가 샘솟는 환경은 분명 자원 없는 우리에게 이 어려운 시기를 뚫고 도약하는 핵심적인 힘이 될 것이다.
이경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kevinlee@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