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비 투자 가뭄에도 고영테크놀러지·한미반도체·이오테크닉스 등 글로벌 장비 강소 기업들은 지난해 매출 성장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대다수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수주 악화로 많게는 반토막 이상 매출이 급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정 장비 시장을 선점해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된다.
고영테크놀러지는 지난해 전년 대비 30% 성장한 1050억원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률은 20%대 수준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시장 침체와 환율 상승의 이중고를 감안하면 탁월한 성과다.
이 회사는 표면실장공정(SMT)에서 납 도포 불량을 찾아내는 3D 인쇄검사기(SPI)로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고영테크놀러지는 중저가 장비로 신흥시장 비중을 늘리면서 선진국 시장 충격을 흡수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신제품 효과도 톡톡히 봤다. 최근 출시한 3D 실장부품검사기(AOI)는 지난 4분기에만 100억원 가까이 팔렸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전년 대비 4.7%가량 성장한 1400억원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률은 10% 후반대로 추산된다. 태양광·LED 장비 매출이 전년 대비 200억원이나 급감하는 타격을 입었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 70%을 자랑하는 S&P(절단검사 및 적재장치) 사업이 소방수 역할을 했다. 한미반도체 S&P 사업 매출은 지난 2011년 640억원에서 지난해 83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플립칩본더 장비를 국산화해 네덜란드 데이터콘이 독점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후공정 시장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이오테크닉스는 지난해 전년보다 43%가량 증가한 2200억원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영업 이익률은 2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반도체 장비 레이저 마커 세계 시장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레이저 마커 판매 확대로 이어졌다. 이오테크닉스는 올해 중저가 레이저 마커로 신흥 시장을 공략하고, 새로운 레이저 장비로 인쇄회로기판(PCB)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긴축 기조에 돌입하면서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며 “특정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기업은 해외 거래 비중을 늘리면서 불황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반도체 장비 출하액은 19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3% 줄었다. 전 분기보다는 28% 감소했다. 4분기 시장 상황은 3분기보다 더 나빠진 것으로 예측됐다.
장비 1위 업체 매출 추이(단위 : 억원)
*자료 : 전자공시스템 및 업계 취합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