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안 받는 바이오시밀러…대기업도 굴욕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국내 대기업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 수준

`복제약`으로 흔히 불리는 바이오시밀러(동등생물의약품) 분야에서 대기업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일 먼저 발을 담근 LG를 시작으로 삼성·한화그룹 등이 대규모로 투자했지만 연구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지금까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바이오시밀러 임상 승인을 받은 품목은 총 10개. 이 중 대기업이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바이오시밀러는 3개에 불과하다. 대기업 중 일부는 해외 파트너사와 글로벌 판매계약이 해지되거나 임상시험 중인 제품을 중단시켰다.

삼성그룹은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목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각각 자본금은 5040억원, 3300억원 규모다. 지난해 말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에는 바이오시밀러 생산을 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입주했다. 공개된 R&D 제품은 `맙테라(성분명 리툭시맙)` 하나 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설립되면서 중단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종합기술원에서 맙테라의 개발을 맡았던 주요 연구원이 삼성바이오에피스로 왔다”며 “파트너이자 합작사인 바이오젠 아이덱이 오리지널사인데 이들의 복제품을 계속 개발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대신에 다른 바이오시밀러 연구는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케미칼도 궁지에 몰렸다. 작년 12월 7800억원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던 글로벌제약사 머크(Merck)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한화는 글로벌 판매를 맡기로 했던 머크가 사업 전략을 변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머크 측은 “오리지널사인 바이오기업 암젠(Amgen) 특허가 새롭게 미국에서 발동되면서 최대 시장인 미국 내 판매가 힘들어졌다”며 “머크 입장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한화케미칼은 국내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항체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 판매는 1~2년 내 가능할 전망이지만 해외 파트너는 새로 찾아야 한다.

LG생명과학은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항균제 `팩티브(Factive)`로 신약 승인을 받았지만 항체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는 걸음마 단계다. 현재 임상1상을 진행 중인 류마티스 관절염 항체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는 한화보다도 최소 3년 이상 뒤처졌다. 최근 이 제품의 오리지널사인 암젠과 기술 수출 관련 논의를 진행했지만 최종 성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내부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바이오시밀러가 실제 시장에 나왔을 때 뒤쳐질 수 있을 것이란 예측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태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 중 바이오시밀러를 선도하는 기업은 바이오벤처인 셀트리온 정도”라며 “지난해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항체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로 허가받았다”고 말했다.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13년 기준 27억달러로 오는 2018년에는 19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몇 년간 매출 상위 항체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임박하면서 국내외 제약사가 바이오시밀러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오시밀러(Bio-similar)=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기간이 끝난 뒤 이를 복제해서 만든 효능이 비슷한 저렴한 의약품을 말한다.

【표】국내 대기업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 수준

약발 안 받는 바이오시밀러…대기업도 굴욕


문경미기자 kmm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