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운칠기삼(運七技三)

인생사 노력보다 운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중국 괴이문학 걸작 `요재지이`에 나온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이 과거에 급제하는데 자신은 번번이 실패한 한 선비가 옥황상제에게 이유를 묻는다. 옥황상제는 정의와 운명의 신에게 술 내기를 시킨다. 정의의 신이 많이 마시면 선비 말이 맞고 그렇지 않으면 선비가 틀렸다는 것. 운명의 신은 일곱 잔, 정의의 신은 석 잔을 마셨다. 옥황상제는 세상사 정의보다 운명에 따라 행해진다며 선비를 꾸짖는다.

고위공무원 출신 동반성장위원회 임원 A씨 사퇴에 한 중소기업계 인사는 `운칠기삼`을 꺼내들었다. `안타깝다`는 한탄이다. 내용은 이랬다. A씨는 서비스적합 업종 선정을 앞두고 장남 결혼식을 치렀다. 조용히 넘어가려 했다. 직원에게조차 청첩장을 돌리지 않았다. 이렇게 조심했음에도 A씨는 옷을 벗게 됐다.

시간·장소를 확인한 직원이 실수로 대기업에 결혼식 정보를 알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녀사냥은 시작됐다. 그가 뒤에 서 있었다는 것. 해명할 겨를도 없었다. A씨는 “누가 잘했든 못했든 변명 없이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게 책임자의 도리”라는 말만 남겼다. 사퇴 얘기에 동반위 직원은 “어이없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혹자는 차라리 청첩장을 돌렸다면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관에서도 동반위에서도 충실히 역할을 수행했다.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됐다. 예상치 못한 해프닝이 앞길을 막았다.

최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인사 검증작업이 한창이다. 모 국회의원은 장관 내정설에 “운에 맡긴다”고 말했다. 몇몇 눈에 들어가고, 잣대(검증) 통과에 운명을 맡겨보겠다는 것. 운명도 중요하다. 검증도 필요하다. 하지만 흠집 잡기가 능사는 아니다. 한 나라 미래에도 부정적이다. 적합한 인재를 놓칠 수 있다. 요재지이에서 옥황상제는 3푼(기삼) 이치도 행해지니 운수만이 모든 것을 지배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큰 결격사유가 아니라면 능력을 펼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