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전국 유독물질 취급 업체 6800개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한다. 여러 부처가 공동으로 전수 조사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최근 유독 물질 누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범부처 차원의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회성 점검보다는 상시적 대응체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12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총리실 주관으로 환경부·지식경제부·고용노동부·소방방재청·지자체 등이 다음 주부터 두 달간 유독물질 관리·실태 전수 조사에 착수한다.
주무 부처 및 지자체 인력을 중심으로 파견단을 구성한다. 지역별로 유독 물질 관리 점검을 실시한다. 조사 항목은 △유해 화학 물질이 안전 기준 안에서 다뤄지는지 △시설물 상태는 양호한지 △관리자가 유독 물질에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등이다.
정부는 유독 물질 관리가 미흡한 기업을 적발해 시정 조치를 내린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안전관리 교육도 시행한다. 전수 조사로 확보한 데이터는 향후 정책 개발에 활용한다.
업계도 자발적으로 유독물질 취급 관리 기준을 높인다. 한국화학산업연합회는 국제화학단체연합회(ICCA)에서 화학물질전생애관리(GPS)를 도입해 이달부터 운영한다. GPS는 화학 물질 연구 단계부터 생산·판매·사용·폐기 전 주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정보를 공개하는 매뉴얼이다.
전문가들은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범부처 차원의 대형 사고·재난 대응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단발성 전수 조사와 업계 자정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취급하는 화학 물질만 5만여종에 달한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반도체·나노·2차전지 등 첨단 산업이 커져 매년 500~1000개의 신물질이 추가된다.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 물질도 다수 있다. 신성장동력 확보만큼 위험 물질 관리 능력이 중요해졌다.
세계 각국은 산업 구조 변화 추세에 맞춰 위험 물질 관리 기준을 강화한다. 미국환경보호국(EPA)은 국민 생활 공간에서 모든 위험 요소를 차단하는 목표로 위험관리계획(RMP)을 수립했다. 연방독립기관 미국화학안전 및 위험조사위원회(CSB)의 독립성도 강화했다.
유럽은 지난 2009년 유럽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를 발효해 통합적인 틀 안에서 유해물질을 관리한다. 1톤 이상의 수입·제조품은 위해성 평가 및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중국·대만·터키도 최근 1~2년 사이 화학 물질 규제를 개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화학 물질 누출 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 산업 안전 체계를 새로 짜야 한다”며 “유독 물질 관리 능력이 앞으로 제조업 경쟁력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