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데이터 접속료, 현실 반영 전혀 못해…미래부 전담반 만든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스마트폰으로 데이터 서비스 이용 시 비용 지불 및 트래픽 흐름 경로

데이터망 접속료 산정방식 개선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009년 스마트폰 도입으로 모바일 혁명이 일어났지만, 데이터망 접속료는 지난 2005년 버전인 유선인터넷 산정 방식을 지금까지 적용해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자 전담반을 구성, 연구에 돌입하기로 했다.

◇2005년 유선 방식 그대로 모바일에도 적용

A통신사의 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 이용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포털에서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를 본다고 가정하자. 젠틀맨 뮤직비디오 트래픽은 A통신사의 LTE 망과 A통신사가 이용하고 있는 인터넷네트워크중계(IX) 사업자, 포털사가 이용하는 인터넷사업자를 오간다. 이 경우 접속료는 A통신사가 내고, 인터넷사업자가 받는다.

이러한 체계는 지난 2005년 유선인터넷이 데이터 통신의 거의 전부인 상황에서 마련된 것이다.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유선 시장 3사를 1계위(Tier)로 지정해 상호 직접 연결 시에는 접속료를 정산하지 않고, 타 망을 중계해 접속 시에는 접속료를 내도록 돼 있다. 또 중소 통신사업자나 케이블 SO의 경우 2·3계위로 분류돼 자사 가입자가 1계위 망에 접속할 경우 접속료를 지불해야 한다. 접속료는 상호 협의로 정해진다.

발신사업자가 착신사업자에 지불하는 음성통화 접속료 체계와 마찬가지로 간단해 보이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착·발신 신호와 트래픽을 명확히 구분하는 음성통화와 달리 데이터 통신은 착신자와 발신자를 구별하기 어렵다. A통신사 LTE 서비스 사용자가 요청한 트래픽과 포털사가 사용자에게 임의로 보내는 트래픽이 혼재되는 가운데 A통신사를 발신자로 규정하기 힘든 것이다.

또 스마트폰 도입으로 무선 인터넷 사용량이 대폭 증가한 현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무선망은 유선과 달리 회선을 구축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트래픽 증가에 따라 용량을 계속 증설해야 한다. 통신사에 접속료는 사용 요금과 함께 설비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지만 무선 네트워크를 운용하는 기업은 오가는 트래픽을 실어 날라도 접속료를 받을 수가 없는 셈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현재의 접속료 체계로는 데이터 서비스만 운영하면 적자를 면할 수 없는 구조”라며 “비교적 높은 음성통화 비용과 접속료로 이를 충당해 왔지만, 음성 통화가 무료화되고 올IP 시대가 다가오면서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트래픽별·무정산이 대안…미래부 전담반 만든다

대안으로는 △트래픽별 과금 △전면 무정산 등이 꼽힌다. 트래픽별 과금은 착·발신자의 구분이 힘든 만큼 서로 보내는 트래픽의 양으로 접속료를 산정하자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접속료 수익을 위해 통신사업자들이 CP를 싼 가격으로 무분별하게 유치하면서 소비자·이동통신사만 네트워크 사용비용을 부담하는 구조가 됐다”며 “트래픽별 접속료 과금 체계를 도입하면 CP에도 적정한 요금을 부과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아예 정산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꼽힌다. 미국 이동통신산업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어차피 착·발신자 구분이 어렵고 접속료 자체가 경쟁의 장벽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요금제로 수익을 내고 접속료는 아예 없애자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소비자가 부담하는 데이터 요금이 비교적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주무부처인 미래부는 전담반을 꾸려 미래 통신산업에 맞는 데이터 접속료 체계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무선통합, 올IP로 변화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미래부에서 전담반을 만들어 본격적인 새 체계 마련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