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구한말 고종의 자주권 확보와 국력 신장 노력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종종 보게 된다. 고종은 전기, 전등, 전차, 전화 등 선진 문물을 앞장서 도입해 뒤처진 산업 기반을 다지고 조국 부흥을 도모했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지 7년째 되는 해 우리나라에 전등이 들어왔다. 중국, 일본보다 2년 빠른 1887년 이 땅에 문명의 빛을 밝혔다. 이른바 `얼리 어답터`였다.
![[ET단상]창조경제의 불, `OLED`](https://img.etnews.com/photonews/1305/422249_20130502143150_551_0001.jpg)
12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산업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일본의 전철을 답습해 성장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박근혜정부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창의성을 핵심 가치로 둔 창조경제를 내세웠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연계해 산업과 산업이, 산업과 문화가 융합하는 방식으로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 국정기조에 부합한 성장동력 산업은 과연 무엇일까.
주력 산업을 강화하면서 디자인, 문화 콘텐츠, ICT를 융합해 경제부흥에 일조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조명이라고 생각한다. 휴대폰과 TV에 적용되는 능동형(AM) OLED 같은 기술이 혁신적인 조명 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
OLED 조명은 전력 소비가 적고 친환경적이다. 얇고 가볍다. 투명하게 혹은 구부릴 수 있다. 면광원 특성상 눈의 피로가 적다. 무선 전력 전송 기술과 IT기기 스마트 알고리즘을 접목하면 감성조명도 구현할 수 있다. 가격 측면에서도 기존 디스플레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세계적인 환경 규제 움직임과 에너지 이슈, 사용자 경험과 감성을 중시하는 시장의 가치 변화에 따라 새 조명 시장 잠재력은 매우 높다. 시기적으로도 한국의 OLED TV 출시와 맥을 같이 하는 산업·기술적 시너지도 기대된다. 대기업과 중소·중견 기업의 동방성장 성공 모델로도 좋은 가치사슬 구축이 가능하다. 조명의 종주국은 유럽이지만 최근 일어나는 기술·시장 패러다임 변화는 우리에게 신성장동력 창출 기회임에 틀림없다.
전자부품연구원은 다양한 국제 조명전시회에서 노바엘이디, 필립스 등 해외 유수 조명업체를 초청해 비즈니스 미팅을 주최했다. 미팅에 참석한 해외 관계자들은 우리 기업의 OLED 조명 장비와 패널 개발 현황 및 생산계획을 듣고는 당혹스러워하곤 했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 OLED 디스플레이 인프라를 OLED 조명과 연계해 차세대 조명산업 강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OLED 조명 선도자가 되기 위해선 몇 가지 중요한 과제가 있다. 우선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 가격 인하에 필요한 공정·장비 기술과 고효율 소자·재료 개발에 정부 지원이 요구된다.
두 번째는 표준과 실·인증 확보다. 인체공학과 문화산업 측면을 종합적으로 살펴 글로벌 규격을 주도한다면 경쟁 우위를 가질 것이다.
세 번째는 상생 협력이다. 대기업은 중소·중견기업의 조명 부품이나 모듈이 적기에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보 교류에 활발히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력 양성과 사업화 지원이 필요하다. OLED 조명이 문화·의료 등과 융합해 새로운 조명 제품과 서비스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창의인재 육성과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불과 60년 전 건어물이나 수출하던 동방의 작은 나라가 세계 최고 디스플레이 기술을 이용한 신조명으로 세계를 밝히려 하고 있다. 동방의 찬란한 불빛이 되고자 신문물로 조국의 부흥을 꿈꾸던 조선의 얼리 어답터 고종황제처럼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려는 꿈을 갖고.
신진국 전자부품연구원 본부장 jkshin@ke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