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정보시스템 국외이전 허용

6월중 시행 예정, IT업계 직격탄 예상

금융사 정보시스템 국외이전 허용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정보시스템 국외 이전을 일부 허용함에 따라 IT업계 파장이 예상된다. 국내 진출한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거점지역으로 정보시스템을 이전하면 국내 금융IT 시장 규모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정보처리 및 전산설비의 위탁에 관한 규정`을 개정, 6월 중 시행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오는 26일까지 규정 개정 예고를 통해 금융사와 관련기관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개인정보와 금융거래 데이터가 해외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금융회사 정보시스템 해외이전을 금지해 왔다. 그러나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시행으로 금융회사 정보시스템 국외 이전 금지 규정 개정을 추진했다.

개정된 규정이 시행되면 먼저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이 정보시스템 해외 이전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국씨티은행은 옛 한미은행 인수 직후 싱가포르에 있는 아태지역 허브 데이터센터로 정보시스템 이전을 검토했다. 한국SC은행은 옛 제일은행의 정보시스템 운영 자회사를 매각하는 등 IT부분을 축소했다. 잠실 데이터센터 부지도 매각한 상태다. 외국계 보험회사와 증권회사들도 정보시스템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보시스템 운영비용 절감을 위해 국내 금융회사가 외국계 IT기업에 위탁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외환은행은 IBM에 정보시스템을 매각, 위탁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감독당국의 불허로 포기했다.

금융회사 정보시스템 국외 이전이 본격화 되면 국내 금융IT 시장은 직격탄을 맞는다. 은행권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 종료로, 축소된 금융IT 시장은 더욱 줄어든다. 금융IT 시장은 공공영역과 함께 국내 대표적 IT서비스 시장이다. 금융 전문 IT서비스와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의 수익 악화도 우려된다.

정보시스템 국외 이전으로 금융 이용자의 개인정보나 금융거래 데이터 등이 유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국계 금융사의 한국법인 철수 시 국외에 있는 정보 폐기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정보시스템을 국외로 이전한 외국계 기업이 철수했을 때도 대비해 보다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