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법이 52년만에 전면 개정절차를 밟고 있다. 변리사 전문성과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일부 보완해야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변리업 진출이 제한되는 변호사계 반발도 예상된다.
특허청은 지난해 10월 학계·산업계·변리사계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변리사제도 개선위원회`를 구성했다. 6개월간 논의를 거쳐 지난달 29일 `변리사법 전부 개정 시안`을 발표했다. 글로벌 특허전쟁이 심화되고 법률시장 개방 등 급변하는 시대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변리사 자격·등록제도 개선, 변리사 시험제도 개편, 변리사 업무영역 명확화 등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특허청이 발표한 개정 시안이 일부 현실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공계만 변리사가 될 수 있다?”= 개정안(6조)에 따르면 변리사 시험 응시자격은 이공계 대학을 졸업한 사람으로 명시해뒀다. 관련 이수과목은 50학점이다. 변리업 서비스 소비자가 요구하는 변리사의 기술적 전문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변리사 업무 가운데는 기술적 전문성을 요구하는 특허 분야도 있지만 상표·디자인 등 비 기술적 분야도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김원준 전남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이공계 출신은 특허와 실용신안 대리업무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이를 제외한 상표와 디자인 대리업무, 저작권법 등은 전공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법학·경제학·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변리사 시험 자격을 이공계에 제한을 두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변리사 진입장벽만 높인다는 의견도 있다. 한 변리사는 “실제로 변리사 시험 합격자 가운데 인문계열 출신은 극히 일부”라며 “오히려 변리업계에 유입되는 다양한 전문인력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말 시행된 변리사시험(제 49회) 합격자 235명 가운데 이공계 출신은 1명이 불과하다. 이미 1차 시험과목에 이공계 전문지식 유무를 판별하는 `자연과학개론`이 있어 이공계 출신을 배려하고 있다는 점이 개정안을 반박하는 쟁점이다. 성숙경 KT상무는 “미국에서도 이공계 전공을 자격응시조건으로 하지만 특허를 제외한 IP권은 일반변호사가 대리하도록 한다”며 “변리사가 IP 전반 전문가를 표방하려면 개정안은 재검토 돼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사 자동 등록 폐지는 찬성…피해는 로스쿨 졸업생만?”= 지금까지 변호사는 특허청에 등록만 하면 변리사 자격이 자동으로 부여된다. 업계에서 변리사 전문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개정안에서는 변호사가 변리사 자격을 얻기 위해 특별전형 절차와 변리사회에서 주관하는 연수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대한변리사회는 “특허침해 소송 등에서 변리사 대리가 불가한 만큼 변호사 기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개정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점은 남아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지금까지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획득한 변호사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앞으로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에게만 적용되는 만큼 로스쿨계 반발이 예상된다. 이후동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변리사 고유 업무는 소송이나 행정 처분 등에 대한 대리 업무를 할 수 있는 변호사 직무 범위에 포함된다”며 “변호사가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는데 특별전형과 연수를 받아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개정 변리사법이 변호사법(제 2·3조)과 충돌한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의견이다.
일부에서는 특별전형과 연수만으로는 변호사가 기술 지식을 충분히 함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오규환 중앙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구술시험 형태로 치러질 특별전형과 이수만으로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고 보긴 어렵다”며 “변호사도 변리사 시험을 치루고 연수를 받되 일부 시험과목을 면제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IP권 감정 평가는 누구나 해도 되나?”= 개정안에는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영업이나 물건 표시, 생물 품종이나 유전자원 등 신 IP분야까지 변리사 업무 범위로 뒀다. 변리사 업무 범위에 대한 진전을 보였다는 평가다. 그러나 특허·상표·디자인·실용신안 등 산업재산권 유·무효 감정과 침해 감정에 대한 명확한 업무범위가 명시되지 못했다. 오 변리사는 “기술적 판단과 법률적 판단이 동시에 필요한 영역은 변리사 고유 업무로 봐야 마땅하다”며 “개정안을 통해 명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다. 감정은 소송 가운데 법원의 증거 조사 방법 중 하나다. 현재 법원은 IP권 관련 감정제도보다는 2007년 민사소송법에 의해 도입된 전문심리위원제도를 많이 활용한다. 전문심리위원을 지정해 전문 지식에 대한 설명과 의견을 듣는 셈이다. 변리사 측에서는 법원이 판단해야 할 권리 범위 등 기술 감정은 전문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종학 대한변리사회 부회장은 “법률적 해석 기반이 되는 기술 감정은 변리사의 배타적 업무영역으로 둬야 한다”며 “비 전문가가 고유 업무 영역을 침해할 경우 법적 제재를 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 등 민간에서 사업적 목적으로 활용할 감정은 일반적인 컨설턴팅으로 이뤄질 수 있더라도 분쟁 해결을 위한 감정은 좀 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허청에서는 개정안이 단순 변리업계 의견이 아닌 여러 분야 전문가가 시장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의견을 모은 것을 강조했다. 특허청 고위 관계자는 “개정안은 학계· 산업계 ·변호사계가 함께 참여한 `변리사제도개선위원회` 의견을 조율해 만든 만큼 충분한 타당성을 가진다”며 “좀 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변리사 전문성 강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허청은 최소 두차례 공청회를 더 개최해 의견 조율에 나선다. 관계 부처 의견 조회, 입법 예고 등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국회에 최종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변리사법 전부 개정 법률안 주요 내용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