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벤처기업 자생력 키워 대기업 하청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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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아 고맙다`는 말이 있다. 삼성이 자금을 지원해주고 제품을 써 줘서가 아니다. 정반대다. 삼성이 공급계약을 끊어줘서 고맙다는 말이다. 기업 치고 삼성과 거래하기 싫어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 다른 거래처를 잃더라도 삼성만 잡으면 일정 규모의 매출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어떻게든 삼성을 고객사로 모시려는 이유다. 삼성과 거래가 끊겼음에도 고마워하다니 이상하다. 내막을 들으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벤처기업인 A사는 삼성에 제품을 공급한 덕에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불미스러운 일로 삼성이라는 고객사를 한순간에 잃었다. 매출액이 곤두박질쳤다.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악물고 해외시장을 개척한 끝에 재기에 성공했다. 지금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80% 이상이다. 삼성에만 의존하던 삼성바라기 시절에는 꿈도 못 꾸던 일이다.

국내 대다수 벤처기업이 대기업 부품제조 협력업체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을 올린 329개사의 지난해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률 등이 갈수록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1년의 7.3%보다 0.5%포인트 낮은 6.8%로 나빠졌고 당기순이익률도 5.1%에서 3.7%로 낮아졌다. 통상 외국에서는 영업이익률이 20%를 넘고 국내에서도 10%를 넘어야 자립형 벤처기업으로 평가하지만 국내에서는 20%를 넘는 기업은 전체의 4.2%에 불과하고 10%를 넘는 기업도 15.8%에 그쳤다. 그나마 포털사이트나 게임서비스,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SW) 기반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은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이 각각 25.1%와 20.0%로 높았다. 반면에 전자부품이나 자동차 부품기업은 영업이익률이 각각 3.7%와 3.8%로 대조적이었다.

대다수 벤처기업이 대기업이 쳐놓은 `가두리 양식장`에서 먹이를 늘리고 줄이는 데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물고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대기업 그늘에 있으면 일정 기간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받을지 몰라도 수시로 가하는 단가인하 압박에 영업이익률은 낮아지고 결국 고사할 수도 있다. 온실 속의 화초는 바깥세상의 냉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이제부터라도 대기업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힘들고 어렵겠지만 시장에서 자생력을 가지려면 반드시 견뎌내야 할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