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유일하게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인 중국 업체들이 미국·일본 협력사들과 관계를 강화하면서 국내 장비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장비 업체들이 일찌감치 중국 시장에 눈독을 들인 가운데, 일본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과 중국 업체들의 협력 관계도 장비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BOE와 CSOT는 신규 설비 투자의 핵심 장비를 대부분 미국과 일본 장비 업체들에 발주했다. 증착기는 미국 AKT가, 노광기는 일본 니콘이 싹쓸이 하고 있다. 식각장비와 열처리 장비 등은 그나마 한국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전체 장비 투자 중 3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 기술은 중국으로 밀려들고 있다. 최근 중국 CEC-판다와 일본 샤프는 합작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CEC-판다는 자본을, 샤프는 기술을 투자하는 형식이다. CEC-판다가 난징시에 3000억엔을 투입해 건설 중인 8세대(2200×2500㎜) 신공장에서 산화물반도체 중 하나인 이그조(IGZO)를 생산키로 한 것이다. 일본 기술이 들어가면서 샤프가 채택했던 일본 장비가 그대로 합작사 라인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CEC-판다는 샤프에서 장비를 들여와 현 6세대(1500×1850㎜) 라인을 구축한 바 있다.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는 중일 협력이 더욱 두드러진다. 소형 디스플레이를 전문으로 하는 티안마는 일본 NEC의 기술을 들여왔다. NEC의 중소형 LCD 패널을 티안마가 사들이면서 상당수의 일본 전문가들이 티안마로 자리를 옮겼다. 티안마가 최근 공개한 인셀 디스플레이나 AM OLED 패널 등은 일본 전문가들의 힘에 입은 결과물이다. 이로 인해 일본 장비 업체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국내 장비 업체 관계자는 “그나마 삼성과 LG의 중국 라인에 채택되는 것이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라며 “그러나 일본·미국과 패널 업체들의 관계가 더욱 두터워지고 있어 어렵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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