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창조에 둔한 한국 인터넷

페이스북에 인수된 사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이 최근 동영상 서비스를 새로 시작했다. 15초 분량의 동영상을 찍어 올려 친구와 공유하는 서비스다. 트위터가 올초 내놓은 `바인`이란 서비스와 비슷하다. 바인은 올릴 수 있는 동영상 분량이 6초뿐이라는 점이 다르다. 소셜 네트워크 양대 산맥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비슷한 동영상 서비스로 격돌한다.

[기자수첩]창조에 둔한 한국 인터넷

6초나 15초가 어이없이 짧은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실제 이들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반응은 뜨겁다. 사람들이 부담없이 소비할 수 있는 미디어 콘텐츠에 목말랐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다. 말로만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한게 아니라 실제로 6초 내지는 15초라는 물리적 제약을 가함으로써 부담없이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하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인터넷에 이어 스마트폰까지 확산되면서 요즘 정보와 볼거리가 말 그대로 넘쳐난다. 사람들은 점점 공들인 대작 콘텐츠에 시간을 투자하기 보다는 자투리 시간에 잠깐 즐기는 파편적 미디어 소비에 익숙해지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CD 음악, 콘솔 게임 이용 감소는 모두 이런 경향을 반영한다.

이 틈새를 파고든 것이 트위터, 페이스북, 텀블러 같은 SNS나 캐주얼한 스마트폰 게임이다. 모두 짧고 쉽게 콘텐츠를 올리고, 큰 신경 안 쓰고 정보와 재미를 얻는 `저부담` 미디어다. 조각난 디지털 노마드의 주목을 잠시라도 붙잡기 위해 애쓰는 것이 요즘 해외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추세다. 모바일과 SNS, 개인화와 추천 기술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옥석을 가려 자투리 시간에도 쉽게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이렇게 얻은 실마리로 전문적 정보와 지식을 얻는 관련 블로그나 사이트도 탄탄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10년 전 등장한 포털과 최근 카카오톡 외에는 지식과 정보를 확산할 수 있는 툴이나 플랫폼이 극히 드물다. 세계 최고 인프라로 연예인 소식 확대 재생산이나 시궁창 같은 논쟁에만 몰두한다. 우리는 지금 글로벌하게 펼쳐지는 지식 레이스에서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게 우리 인터넷 환경의 진짜 문제 중 하나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