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일상을 취재거리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전업계에서조차 쉽게 대화 소재로 삼기 어려운 제품이 있다. 바로 음식물처리기다. 사람들이 지저분하게 생각하고, 다른 전자제품에 비해 기술발전도 느리다. 밥 먹는 자리에선 특히 거북스러운 화제가 된다. 과거 냄새와 과다 전기료 등으로 부정적 선입견도 크다.
![[기자수첩]음식물처리기는 대화가 필요해](https://img.etnews.com/photonews/1307/451321_20130709190843_483_0001.jpg)
최근 음식물처리기 시장이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때문에 관심이 뜨거워졌다. 가사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매일 나오는 음식물쓰레기에 골치를 앓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남자들이 가장 하기 싫은 가사일 1위에 꼽힌 적도 있다. 음식물이 쉽게 부패하는 여름이면 거의 매일 수거해 버려야 하는데, 그 수고로움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결국 영세업체와 소비자의 필요가 만나 암암리에 싱크대에 불법 개조된 디스포저(오물분쇄기)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그대로 하수구로 흘려보낸다. 환경부가 이달부터 대대적 단속을 시작했다지만, 단속이 쉽지 않음을 시작부터 인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디스포저 허용을 검토하는 것은 불법을 쉽게 합법으로 열어주는 길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정권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정책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시험결과가 좋았고, 시행은 지자체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서울시 등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중요하다고 다시 책임을 떠넘긴다. 정부와 지자체 모두 수거업체와의 분쟁 및 비용을 우려해 쉬운 길만을 걸으려 하고 있다.
대기업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몇 년째 관련 제품 개발을 하다 말다 하는 실정이다. 간혹 정부의 규제 완화에만 목소리를 높인다. 혁신은 최대, 최초 경쟁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케팅도 필요 없는 제품을 시장에 밀어내는 불도저가 아니다. 혁신 제품의 탄생은 늘 불편함에서 먼저 비롯됐다. 대기업의 연구개발도 보기 근사한 것만 고집하지 않는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언젠가 비데 제품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느린 이유를 제조업체 대표로부터 듣고 무릎을 쳤다. 첫째는 나라마다 상이한 화장실 문화였고, 둘째는 대화의 소재로 삼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화장실 문화는 개인적이고 더럽다고 생각해 말을 꺼립니다. 어떤 문화나 기기든 자주 이야기하면서 불편한 점이나 장점을 가감 없이 이야기해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먼저 말하지 않는다면 불편하지 않은지, 가정에 필요한 제품인지 아닌지 한 번 물어보라. 음식물처리기는 대화가 좀 더 필요하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