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NEC 스마트폰 사업 접는다…레노버와 통합 결렬이 결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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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일본 휴대폰 시장 1위에 올랐던 NEC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다. 중국 레노버와 스마트폰 사업 통합 협상을 벌였지만 수포로 돌아가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외국 업체에 안방을 내준 일본 스마트폰 업계의 재편이 예상된다.

17일 니혼게이자이는 NEC 스마트폰 사업 철수와 향후 시장 전망을 보도했다. NEC가 스마트폰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레노버와 진행하던 통합 협상 결렬이다. NEC는 자금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교두보를 원했고, 레노버는 NEC의 브랜드와 기술이 필요했다.

양사는 과거 PC 사업을 통합한 경험도 있어서 교섭 전망은 밝았지만 막상 협상 테이블이 열리자 출자 비율 등 세부 조건을 맞추지 못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NEC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과반 출자를 요청했지만 레노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NEC가 가진 휴대폰 관련 특허 매각 협상은 이어갈 방침이다.

독자 생존이 힘들다고 판단한 NEC는 스마트폰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피처폰에 집중한다. 전체 휴대폰 사업의 대폭 축소가 불가피하지만 개발비와 고정비용이 줄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성은 개선될 수 있다고 NEC측은 전망했다.

NEC는 한 때 일본 휴대폰 시장 1위 업체였다. 10개가 넘는 업체의 난립 상황에서도 27%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애플이 아이폰으로 일본 시장을 장악하고 삼성전자까지 갤럭시 시리즈로 인기를 얻으면서 NEC는 날개 없이 추락했다. 현재 NEC 시장점유율은 5% 수준이며 순위는 8위에 그친다.

NEC 몰락은 일본 스마트폰 업계 재편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 2008년 11개에 달했던 일본 스마트폰 업체는 2010년까지 합종연횡을 거듭해 6개로 줄었다. NEC 사업 포기로 그나마 5개로 줄었지만 애플이나 삼성전자의 입지가 계속 넓어지면서 특단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2012년 기준으로 일본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이 25.5%로 1위, 삼성전자가 7.2%로 5위지만 올해 들어서 삼성전자가 약진하면서 시장은 애플과 소니, 삼성전자의 3파전 양상을 보인다. 단적인 예로 1위 사업자 NTT도코모의 6월 스마트폰 판매에서 소니가 80만대, 삼성전자가 40만대를 차지했지만 NEC는 1만대 안팎에 그쳤다.

소니를 제외하고 나머지 업체도 곤경에 처하긴 마찬가지다. 파나소닉은 겨울 시즌 소니와 삼성전자에만 보조금을 몰아준 NTT도코모에 신제품을 공급하지 않을 방침이다. 후지쯔도 돌파구가 마땅히 없다. 스마트폰 업체 사이에서는 “2군끼리 힘을 합쳐봤자 메리트가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밝혔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