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 한 번에 고작 73원`
LG 터보샷 드럼세탁기로 빨래할 때 소요되는 전기료다. 200~300㎾ 범위내 전기 사용 가정에서 `스피드 워시`를 이용할 때 기준이다. 비결은 시간단축에 있다. 세탁 시간이 줄자, 전기료가 내려갔다. 이를 위해 구현한 핵심기술이 `터보샷`이다.

개발 과정은 2011년으로 올라간다. 1998년 DD모터와 2010년 6모션으로 글로벌 시장 선두를 치고 나간 LG전자는 차세대를 책임질 비장의 카드를 찾았다. 답은 시장 조사에서 얻었다. 세탁시간을 단축해달라는 주문이다. 아이들이 귀가해 입었던 옷을 세탁해 다음날 아침에 다시 입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김곤 세탁기 개발2팀장(수석연구원)을 필두로 10여명 팀원들은 머리를 짰다. 기존 세탁 이상의 효과를 내면서 시간을 단축해야 했다. `세탁->헹굼->탈수` 전 과정을 샅샅이 확인했다. 1초라도 줄여야 했다. 핵심인 세탁 과정에서는 쉽지 않았다. 급수와 세탁에 일정 시간이 불가피하게 소요되기 때문이다.
효율을 택했다. 시간을 줄이지 못하는 대신 세탁 효과를 높이는데 집중했다. 그래서 3방향 노즐을 개발했다. 일명 `터보샷`이다. 기존 하나의 노즐에서 나왔던 물을 상단과 하단 두 곳 등 세 곳에 노즐을 달아 분사한다. 세탁과정에서의 핵심 기능은 하단 양쪽에 위치한 두 개 노즐이다.
세탁 중 세제가 녹아 있는 세제수를 지속적으로 의류에 분사한다. 김 팀장은 “과거에는 한 곳에서만 세제수가 나와 의류에 적셔지는 효과가 낮았다”며 “하단 양쪽에서 강하게 세제수를 뿌려 물과 옷의 마찰로 세제를 잘 흡수되도록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국제 표준 기준으로 기존 세탁기와 비교해 5~7% 세탁 효율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시간절약은 헹굼과 탈수에서 찾았다. 3회 헹굼을 2회로 줄였다. 횟수 감소에 따른 효율 저하는 성능 향상으로 극복했다. 여기에 쓰이는 핵심 기술이 세탁조 상단 가운데 위치한 `직급수 노즐`. 헹굼 후 세탁조가 빠르게 돌며 물을 빼는 과정에 직수를 강하게 뿌려줌으로써 또 한번 헹굼 효과를 준 것. 이전과 비교하면 헹굼이 두 번씩 되는 셈이다. 최재현 선임연구원은 “헹굼 후 탈수 과정에서 물을 강하게 쏘면 헹굼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며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직급수의 분사 각도와 수압을 최적화하는데 수개월의 연구가 뒤따랐다”고 말했다. 직급수는 스프레이 형태로 강하게 쏘며, 노즐 유로(流路)를 갑작스럽게 줄여 구현했다.
LG전자는 터보샷으로 세탁 성능을 6%가량 높이면서, 시간은 15분(스피드 세탁)과 45분(표준 세탁)으로 줄였다. 김곤 팀장은 “소량의 의류를 자주 세탁하는 최근 트렌드에 적합하다”며 “바쁜 현대인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라고 자부심을 보였다. 김 팀장은 이어 “세탁기는 앞으로 대용량·고효율·친환경 제품이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며 “고객 요구에 맞는 제품과 기술을 개발해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창원(경남)=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넘쳐나는 주문에 사흘치 생산량이 미리 정해지는 생산라인을 가다
`찌익~척, 찌익~척`
두 개 층으로 이뤄진 LG전자 세탁기 생산라인 1층에 들어서자마자 귀에 강하게 박힌 소리다. 세탁기 외형 사출물인 캐비닛을 찍어내는 과정이다. 7초에 두 개가 동시에 만들어진다. 캐비닛 생산 라인을 지나자 세탁기 본 라인이 나왔다. 외형을 만드는 전반부는 깔끔한 대형 아크릴판으로 쌓여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예방과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서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훤히 들여다 보디는 안쪽에는 로봇팔이 바쁘게 세탁기 외형을 만들고 있다. 라인 3분의 1 정도 지나자 바삐 움직이는 직원이 나타났다. 부품·패널 등을 붙였다. 정교한 작업은 숙련된 직원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게 LG전자 관계자 설명이다. 흥미로운 것은 부품 자동 배급 시스템이다. LG전자 세탁기 하나의 생산라인에는 하루에만 5~6개 모델을 만든다. 라인은 중단 없이 돌아가고 모델에 맞춰 정확한 캐비닛과 부품이 배급된다. 로봇과 직원들은 보급된 부품을 그대로 작업하면 된다. 캐비닛과 부품 보급 과정도 시선을 끈다. 세탁조는 1층 상단으로 수시로 이동하고 지하에서도 올라온다. 공간을 많이 차지해서다. 바닥에서는 무인자동차가 움직인다. 생산라인이 번잡하지 않은 이유다. 수많은 무인자동차들이 밑에 그려져 있는 흰색줄을 따라 부품을 싣고 운반한다. LG전자가 자체 개발했다.
지난달 네 차례에 이어 이달에도 벌써 토요 특근이 두 번째다. 주중 추가 작업은 거의 매일이다. 수요가 많아서다. 이미 최소 사흘치 모델별 생산량이 정해진다. 세탁기 창고는 없다. 생산과 동시에 바로 컨테이너에 실려 전세계로 뻗어 나간다.
직원들의 얼굴에는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휴식시간이 끝나고 라인 가동을 울리는 벨이 울리자 직원들은 밝은 표정으로 이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