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첨단기술 정보분석 사업의 필요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2001년 은퇴한 고경력 과학기술인이 평생 축적해온 지식과 노하우를 활용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12년간 운영해온 `리시트(ReSEAT) 프로그램`으로, 정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모범 사업으로 꼽힌다. 현직에서 은퇴한 각 분야 베테랑 고경력 과학기술인 250여명이 참여하고 까다로운 성과 평가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져 매년 15~20%는 새롭게 물갈이된다.

[전문가기고]첨단기술 정보분석 사업의 필요성

이 프로그램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첨단기술 정보분석이다. 세계 유명 논문, 국제 특허와 기술 단신 중에서 산·학·연 연구개발(R&D), 특히 중소기업에 필요한 첨단 기술동향과 미래유망기술을 매년 5000여개 이상 번역·압축한 뒤 고경력 전문가의 조언과 견해를 추가해 발표한다. 이는 ReSEAT 웹사이트(http://reseat.re.kr)에 공개돼 누구나 손쉽게 검색·이용할 수 있다.

첨단 정보에 밝아야 할 학계와 연구소는 물론, 지식과 정보에 목말라하는 중소기업인과 학생들이 관련 내용 찾는데 1년여를 투입했던 것을 수 시간 내 검색·소화할 수 있도록 단순화시켰다. 스피드 경영시대의 정보 비타민 역할을 하는 셈이다.

첨단기술 정보분석은 수 만개 과학정보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돼 첨단과학기술 정보은행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와 맞춤형 복지 정책과 궁합이 잘 맞아 유지·발전돼야 할 중요 정책 사업이라고 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8월내 고경력 지원센터를 만들어 수요에 따른 맞춤형사업으로 고경력 과학기술인의 활용을 다양화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후 첨단 정보분석 사업을 축소 또는 없애고자 대폭 축소된 2014년도 예산안을 KISTI에 통보했다.

이에 ReSEAT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250여명 고경력 과학기술인은 크게 당혹감을 표했다. 또 정부의 좁은 판단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창조경제를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 맞춤형 정보지원, 테크노 닥터, 창업 지원 등 이러한 모든 일련의 창조적 사업은 첨단기술의 이해와 흡수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특히 첨단기술의 뒷받침 없이 고경력 과학기술인의 과거 지식과 정보만으로는 정책 사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가 매우 어렵다.

한국인 특유의 조바심으로 자판기 마냥 `넣고 빼기식` 연구개발(R&D) 정책으로는 창조경제를 성공시킬 수가 없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돼 취업준비중인 청년층 61만4000명 중에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사람이 19만6000여명(31.9%)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은 수 년간 고시원에서 아까운 젊음과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고 공과대학 졸업 후 로스쿨이나 의학계 학사로 편입하는 경향은 이 사회가 크게 잘못돼가고 있다는 증거다.

창조경제를 중심에 둔 현 정부에서는 인재의 흐름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이공계 출신 인력을 사기진작해 이공계 기피현상을 줄이고 창조적인 사업에 인재를 흘러 들어가게 해야한다. 아울러 고경력 과학기술인 활용으로 국가 시책에 기여함으로써 과학기술자에 대한 지위와 자긍심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주길 강력히 희망한다.

김형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리시트(Reseat) 프로그램 전문연구위원 honkim@resea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