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397>나쁜 책은 없다. 다만 책을 읽는 나쁜 마음만 존재할 뿐이다.

마음에 드는 책만 골라 읽으면 내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 내 경험의 범위를 벗어나는 책,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책, 나의 상식에 시비를 거는 몰상식한 책, 내 생각에 주먹질을 해대는 책을 읽어야 굳어 있는 생각근육이 말랑말랑해지고 늘어진 마음근육이 튼실해진다.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 다만 책을 읽는 사람의 나쁜 마음만 있을 뿐이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가 쓴 `야생의 사고`에 나오는 브리꼴레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미래사회를 움직일 전문가와 새로운 인재상을 담은 `브리꼴레르: 세상을 지배할 지식인의 새 이름`이라는 책도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모양이다. 앞부분에 전문가를 신랄하게 비판한데다 중간에 등장하는 지식산부인과 의사, 역경을 뒤집어 경력으로 만든다는 등의 언어유희를 지적받았다. 글을 쓰는 작가도 불편하지만 작가가 체험한 내용과 그동안 읽은 책의 내용을 근간으로 진짜 전문가는 적어도 이래야 된다는 필자의 신념을 써놓았다. 누군가는 개인의 경험을 지나치게 일반화시킨 것이 불만인 모양이다.

책은 저자를 떠나는 순간, 독자의 몫이다. 해석하기 나름이다. 일리(一理)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어느 상황에서도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진리(眞理)로 인식하지 않으면 된다. 일리를 일반적 상황에 보편화시키면 무리수가 따를 수 있다. 하지만 일리(一理)가 탄생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적 맥락과 배경, 사연을 이해하면 적어도 무리(無理)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또 누군가는 너무 많은 철학자와 인문학자가 등장해 자기주장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맞는 이야기지만 세상의 모든 지식은 진공관에서 탄생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면 순수한 자기주장이 과연 존재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세상의 지식은 편집된 지식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지식은 없다. 있는 지식을 남다른 문제의식으로 색다르게 편집하면 익숙한 지식도 낯설게 보인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