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정책금융기관 개편, 부처간 힘겨루기 졸속 마무리…난항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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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한다고 하는데 정책금융공사(정금공)를 산은에 다시 끼워 맞춘 것 외에 달라진 게 있나.”

한결같은 금융업계 목소리다. 정부가 4년 만에 산업은행과 정금공을 통합하고 산은금융지주를 해체한다. 창조경제 실현이라는 대명분 아래 금융위 산하기관만 `뒤통수`를 맞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관계부처 간 협의를 못해 개편 폭이 작고, 내용 역시 2008년과 다를 바 없다는 `무용론`까지 나온다.

27일 정부가 내놓은 정책금융체계 개편안 핵심은 대내 정책금융 부문에서 산은과 정금공을 통합하고 산은지주를 해체해 대내 정책금융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다. 통합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과 회사채 인수, 신성장산업 지원, 투자형 정책금융 같은 대내 정책금융 업무를 모두 수행한다. 이는 지난 2008년 산은지주 출범 이전과 비슷하다. 이명박 전 정부는 지난 2008년 산은 민영화를 전제로 정책금융 역할을 수행하도록 산은에서 정금공을 분리한 바 있다.

정금공의 온렌딩(중소기업 간접대출)과 투자업무는 통합 산은이 가져가고 2조원 규모의 정금공 국외자산은 수출입은행이, 직접대출 자산은 산은이 각각 가진다. 정책금융과 연관성이 작은 산은캐피탈, 산은자산운용, KDB생명 등은 매각하고, 대우증권은 현재 우리투자증권 매각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당분간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정책금융기관들을 떼었다 붙이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두 기관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들어갈 비용은 물론이고 인력 구조조정도 논란거리다.

통합 직전인 2009년 10월과 비교해 올해 7월 말 현재 산은과 정금공, 산은지주 인력은 약 790명 늘었다. 이에 대해 금융위 측은 인력 구조조정을 최소화하겠다는 추상적인 답변만 내놓은 상태다. 산은과 정금공을 합치면 통합 산은의 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에도 산은의 올해 12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0.7%포인트가량 하락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는 바젤Ⅲ 적용에 따른 것이지 통합의 악영향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논란은 금융위가 관계부처 간 협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결국 산하기관간 물리적 조정에만 이번 개편안이 그쳤다는 지적이다. 무역보험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이다.

수출입은행과 업무 통합 논의 과정에서도 무보가 적극적으로 기업과 공조해 제 목소리를 낸 반면에 금융위 산하기관은 눈치만 보는 형국이었다. 결국 기업인의 여론을 의식한 포퓰리즘이 작용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개편안이 마련됨에 따라 이제 최종 개편 작업은 국회의 공으로 넘어갔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한 달 일찍 정부안 도출이 마무리된 감독체계 개편안과 함께 정책금융 개편안도 국회를 거치면서 `누더기`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야당 일부의원은 물론이고 경제계 전문가까지 벌써부터 정책금융 개편안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어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산업은행에 통합되는 정책금융공사의 반발도 거세다. 정책금융공사 노동조합은 27일 발표된 정부의 정책금융기관 재편방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개편안 논의를 하면서 공청회 한번 제대로 열지 않은 밀실 행정이라는 논리다.

통폐합 대상 기관의 반발과 전문가들의 비판까지 합세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소기업 지원 방침에 따라 관계부처와 전문가들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4개월간 논의한 결과물이 금융위 산하 기관의 물리적 통합 외에는 다를 바 없다는 목소리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표]산업은행-정책금융공사 통합전후 비교 자료-금융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