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3-창조, 기업에서 배운다]한국퀄컴 R&D센터를 찾아서

“헤이, 스냅드래곤!”

한국퀄컴 리서치센터의 연구원이 탁자에 놓인 스마트폰을 향해 이렇게 부르자 스마트폰이 작동했다. 스마트폰이 대기모드나 비행기 모드여도 작동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전혀 손을 댈 필요가 없다. 퀄컴이 내놓은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00` 시리즈의 `스냅드래곤 보이스 액티베이션` 기능이다.

[창간 31주년 특집3-창조, 기업에서 배운다]한국퀄컴 R&D센터를 찾아서

조현묵 한국퀄컴 책임연구원은 “보이스 액티베이션은 지하철 등 소음이 많은 공간에서도 사용자의 목소리만 알아듣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똑같은 문장으로 부를 때는 반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부르는 말은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설정을 바꿀 수 있다.

보이스 액티베이션은 한국퀄컴 리서치센터 작품이다. 모바일 기기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든 저전력으로 음성 인식이 가능한 기능이다. 하반기에 출시되는 스마트폰부터 쓰일 예정이다. 세계에서 사용되는 스마트폰에 앞으로 한국에서 개발된 기능이 들어가는 셈이다.

한국퀄컴 리서치센터는 2010년 2월 문을 열었다. 미국 샌디에이고 본사,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연구개발 거점이다. 퀄컴은 “한국 리서치센터는 한국과의 연구 협업을 확대하고 국내 산·학·정부 기관의 협력을 통해 차세대 이동통신기술 발전에 주력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퀄컴의 최대 시장이기도 하다. 이곳 한국 리서치센터에서 개발된 기술은 세계에서 주목받는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R&D센터에서 나온 기술이라는 점 역시 최근 들어 한국을 빠져나가는 외국계 기업과 대조적이다. 센터는 한국 연구진의 강점인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SW)와 증강현실(AR) 분야 등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15층 리서치센터에 들어서면 좌측 벽에 기대 세워놓은 커다란 식당 메뉴판이 보인다. 김치찌개, 제육백반 등 한글로 표기된 한국 음식들은 퀄컴의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추면 영문 표기명과 음식 사진으로 바뀌어 보인다. 한국퀄컴 리서치센터의 대표 프로젝트인 `뷰포리아`의 캐릭터 인식 기술이다.

뷰포리아의 문자 인식 기능도 한국 리서치센터가 개발했다. 뷰포리아의 문자인식 기능은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문자를 인식할 수 있다. 이 기능을 바탕으로 SK텔레콤이 출시 예정인 학습 보조 기계 `아띠`와 연계해 어린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수 있다. 전용 앱이 적용된 스마트폰 카메라로 동화책을 비추면 책에 있는 단어와 관련된 유아용 멀티미디어 정보가 증강현실로 보인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유아 도서에 있는 `우유(milk)`라는 단어를 비추면 단어의 뜻과 소리, 그림 모양과 함께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멀티미디어 정보가 증강현실로 보인다. 김태수 한국퀄컴 책임연구원은 “오디오 처리, 멀티미디어, 증강현실 쪽은 한국 기술력이 뛰어나고 인재도 많다”며 “2년여의 기간 동안 한국퀄컴이 집중적으로 투자한 대표적인 성과”라고 자랑했다.

한국퀄컴 리서치센터는 본사 리서치센터를 비롯해 각국 리서치 조직과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다. 본사 연구기술력을 한국 정부와 학계, 업계 전반에 걸친 다양한 기관과 연계하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한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