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3-창조, 기업에서 배운다]영국 창조경제 거점 테크시티를 키우는 `협업의 마술`

얽힌 문제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협업이다. 한계를 넘기 위한 서로 다른 이들의 소통이 뜻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열린 공간이 필요하다.

영국 런던 테크시티에는 곳곳에 협업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대기업 직원이 한데 모여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고 머리를 맞댄다. 수십달러부터 수백달러까지 낸 요금에 따라 기간별로 사용할 수 있는 협업 공간은 1인 창업가를 포함한 1000여개 테크시티 기업을 성장시키는 발전소 같은 곳이다. 30개가 넘는 테크시티 공동 협업 공간은 한 푼이라도 아끼면서 정보와 인재를 필요로 하는 창업가에겐 아주 특별한 거점이다.

구글 캠퍼스 지하에 위치한 무료 협업 공간
구글 캠퍼스 지하에 위치한 무료 협업 공간

◇스타트업의 성지 `구글 캠퍼스`

7층 건물 전층을 오가는 젊은 개발자들의 얼굴은 상기됐다. 이어폰을 끼고 모니터를 뚫어지게 응시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는 이들의 소속은 제각각이다. 2~3인 기업부터 대기업 기획자까지 벽 없는 공간에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이곳은 구글이 지난해 이곳에 지은 구글 캠퍼스다.

한 층은 교육과 강연을 할 수 있는 세미나룸이 자리하고 완전히 무료로 쓸 수 있는 지하 공간은 창업가들의 열의로 가득 찼다. 구글 캠퍼스 관리자는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면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통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로 스타트업들이 입주했다. 이곳을 오가는 기업 수만 하루 200개가 넘는다. 비싼 사무실 비용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대신 기간제로 요금에 따라 공간을 대여한다. 구글 캠퍼스에 입주한 협업 공간 기업 `테크허브(Tech Hub)`가 대표적이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테크허브는 IT분야 스타트업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과 각종 이벤트를 주관하는 일종의 글로벌 커뮤니티다. 유명 엔젤 투자자들과의 접선도 돕는다.

이외에도 이노베이션웨어하우스(IW), 혹스턴믹스(Hoxton Mix), 센트럴워킹(Central Working) 등 협업 공간을 임대해주는 다양한 곳이 도처에 있다. 엘리자베스 발리 테크허브 CEO는 “테크시티가 있는 런던 동부는 놀랄 만한 신드롬 효과와 인재가 집중된 곳이며 이들을 돕는다”면서 “IT기업을 성장시키는 최적의 장소”라고 협업 공간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곳의 문제 해결 속도는 매우 빠르다. 어떤 프로젝트, 한 직원 혹은 한 기업이 풀 수 없는 문제가 있거나 직원 혹은 개발자를 채용할 경우 서로 도움이 필요할 때는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즉각 정보를 공유한다.

구글·아마존·텔레포니카와 보다폰을 비롯한 글로벌 대기업의 참여로 협업 공간은 더 늘고 있다. 아마존은 테크시티에 새 기술 연구소·인큐베이션 센터를 열었으며, 인텔도 테크시티 스타트업들과 협업하기 위한 연구 공간을 만든다.

◇영국 정부의 아낌없는 `스타트업` 사랑

구글과 아마존, 인텔을 비롯한 영국 밖 해외 대기업이 이곳에 입주하고 있는 중요한 배경 중 하나는 영국 정부의 아낌없는 러브콜이다. 테크시티를 거점으로 IT산업을 성장시키려는 영국 정부의 명확한 의지다.

테크시티 육성을 위해 전략적으로 만든 영국 정부 무역투자청 산하 테크시티투자조직(TCIO)이 실무를 맡는다. 스타트업을 위한 각종 이벤트와 정책을 밀착 지원하고 해외 투자도 끌어들인다. 지난 7월 국내 카카오를 포함한 약 20개 한국 게임·콘텐츠 기업과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을 직접 테크시티로 초청해 테크시티 소재 기업과 비즈니스를 연결하고 테크시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행사도 직접 열었다.

벤처캐피털과 시드펀드, 액셀러레이터와 협업 공간 운영 기업들, 인재기업과 정부 조직이 한 공간에 모일 수 있었던 것도 정부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다. 토니 휴지 영국 무역투자청(UKTI) 테크시티 담당자는 “입주 기업은 고도의 네트워킹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영국에서 스타트업과 IT기업에 제공하는 세금 혜택도 누린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기업 R&D 세금의 225%를 돌려주는 파격적인 세금 정책을 실시한다. 휴지는 “설령 기업이 그 해 매출을 내지 못해도 연구 개발에 쓰인 돈에 대해 내야 할 세금을 푸짐히 돌려주면서 한 해 동안 세금만으로 돈을 버는 기업이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당장의 성과보다 도전 자체에 의미를 두는 영국 정부의 깊은 뜻이다.

`새싹 기업 투자 프로그램(Seed Enterprise Investment Scheme)`을 통해 수익 발생에 따른 법인세를 줄이면서 투자 부담도 경감시킨다. 영국의 창업가와 투자자를 위한 각종 비자 제도로 문턱을 낮추고 해외 벤처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한다. 해외 국적이라도 영국 대학을 졸업한 이후 창업 의사를 표시하면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1년간 추가로 머물 수 있다.

다양한 지원을 펼치는 영국 정부는 테크시티와 근처 올림픽 파크의 시너지 효과도 꾀한다. 올림픽 파크에 근처 대학과 연계한 100만 제곱피트 면적 `아이시티(iCity)`가 들어선다. 역시 창업가와 스타트업, 대기업을 위한 초대형 협업 공간이다.

런던(영국)=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