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흐름과 맞물려 에너지 분야가 국가적인 어젠다로 떠올랐다. 미래 에너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기술(R&D) 경쟁력이다. 때맞춰 10월 대한민국 대전에서 `2013 세계에너지총회(WEC)`가 열린다. 에너지 미래 전문가, 석학이 모이는 국제 행사를 맞아 에너지 R&D의 현주소와 미래상을 짚어 본다.

찰스 다윈은 거작 `종의 기원`에서 “살아남은 종은 가장 강한 종도, 가장 지능이 높은 종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한 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다윈의 통찰력이야 말로 새로운 성장동력 시대를 여는 `창조경제` 핵심을 관통한다. 추격자 자세에서 벗어나 선도자 입장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일자리 창출에 연계하는 창조경제 개념을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에서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은 정보사회에서 창조경제로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사회시스템에 맞물려 에너지시스템도 커다란 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 기술 혁신은 에너지시스템 전환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 동력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고유가의 환경변화 속에서 추진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응해 우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학연이 연계된 국가 R&D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R&D로 개발한 기술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최근 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에서 정리한 성과활용조사에 따르면 R&D 결과물의 사업화 성공률은 30% 수준이다. 혁신 기술을 개발했어도 시장과 수요자 환경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70% 수준이다.
R&D 결과물 사업화 제고는 어렵지만 동시에 필수과업이다. 사업화 제고를 위한 실천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시장에 나와서 맞부딪히는 장애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첫째 에너지기술은 국민의 라이프스타일에 고르게 녹아 있다. 따라서 기존 에너지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는 수요자는 새로운 에너지 기술이 요구하는 행동 패턴 변화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새로운 에너지기술은 기존 에너지시스템을 구성하는 산업 생태계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마련이다. 제도와 시장 변화 없이는 기술이 시장에 안착하기가 어렵다. 이런 장애요인과 저항을 극복하지 못한 많은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사장된다. KETEP이 에너지 R&D 결과물의 사업화에 실패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다수의 기업이 시장의 저항에 맞부딪쳐 실패를 겪은 이후에야 비로소 에너지기술 사업화 모델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에너지기술이 시장 진입의 장애를 넘어 사업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R&D 지원체계 후단인 기술 사업화를 보다 견고하게 추진해야 한다.
세부 방안으로 먼저 R&D 전주기의 성과 환류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R&D 수행 완료과제에 대한 성과 추적조사에서 제도개선과 신규기획, 사업화 지원으로 연결되는 피드백 루프가 형성되어야 한다. 또 사업화에 실패한 기업이 사업화 과정에서 체득한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로써 새로운 기술에 대한 실패가 한 번의 경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재도전을 통한 성공의 결실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기술사업화의 실행에 있어 최종 수요자가 R&D에 참여하고 기여하는 혁신 활동을 전개하는 이른바 수요자 주도의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절실하다. 에너지기술이 수요자의 행동 패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느끼고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건물, 학교, 아파트 등 생활환경 속에 있는 수요자와 정책 현안에 관계된 산·학·연·관이 함께 문제를 고민할 때 창조적인 해결 방안이 도출될 것이다. 이는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안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10월 대구에서 열리는 2013 세계에너지총회는 세계의 에너지 분야 리더와 산학연 등 전문가가 모두 참석하는 큰 행사다. 대한민국 국가관에서는 창조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게 될 에너지 R&D 기술의 변화와 미래 의지를 보여주는 자리이다. 산학연이 연계되어 열매를 맺은 대한민국 에너지 기술을 만나고 생활 속 미래 에너지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에너지 산업화의 미래와 함께하길 기대한다.
김계수 에너지기술평가원 성과확산본부장 kimks@ke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