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기업가정신 원정대 무사 귀환

`KAIST 기업가정신 원정대`가 무사 귀환했다. 기업가정신의 천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무작정 길을 나선지 60일 만이다. 이들은 이번 출정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KAIST 기업가정신 원정대 무사 귀환

원정대원 류선종(32)·고지흔(29)씨를 만난 건 지난 12일. 아직 시차적응도 되지 않은 이들은 원정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듯했다.

“가기 전 막연히 실리콘밸리에 대한 환상이나 동경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원정에서 기업이 아닌 `사람`에 초점을 맞춰보자 생각했습니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와 우리은행, LG엔시스 등을 거쳐 올해 KAIST 정보미디어 MBA에 입학한 류 대원은 “다양한 사람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번 원정의 결과물을 조만간 책으로 낼 것”이라고 말했다.

류 대원과 입학 동기로 학부(성신여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비씨카드에서 전략기획을 맡았던 고 대원은 “이번 원정길에 만난 인터뷰이 중 한 명은 미국 명문 의대 입학 후 공대(컴퓨터공학과)로의 전과, 다시 요리사로 전업, 이후 스타트업 창업이라는 길을 걸었다”며 “이게 용납이 되는 분위기와 다양성이 실리콘밸리의 자양”이라고 말했다.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이 제공한 3평 남짓한 사무실 외 대부분의 경비를 두 대원은 자비 충당했다. 그만큼 하루도 허투루 쓸 수 없었다.

“총 80명의 저명인사를 만났습니다. 이 가운데 원정 전 미리 섭외하고 간 사람은 세 명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현지에서 급조한 면접 기법이 바로 `아메리카노 인터뷰`입니다. 무작정 아메리카노 한 잔 들고 찾아가는 겁니다. 막상 만나보니 `누구 소개받고 왔는지`가 중요했습니다. 다행히 저희 인터뷰이들은 서로를 소개해주며 꼬리에 꼬리를 문 `명사 인터뷰`가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정권 들어 정부가 각종 지원책으로 해외 청년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들은 “직접 현지에 가보니 실제로 많은 현지 스타트업이 우리 정부의 지원을 이용해 진출해 있었다”며 “정부의 이같은 노력은 분명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올 연말 졸업을 앞둔 이들 역시 취업과 창업 사이에서 개인적 질문을 잔뜩 짊어지고 원정길에 올랐다. 하지만 귀국길에는 그 짐을 내려놓고 올 수 있었다.

“취업인지 창업인지는 그리 중요치 않습니다.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떤 분야에 흥미를 느끼는지, 그게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가 더 큰 선택지입니다. 최소한 앞으로는 돈을 ?거나 타인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우문이 현답이 돼 돌아온 순간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