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은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잇따른 낭보에 축제 분위기다. 이제 갓 스무살을 맞은 `약관의 젊은학교`가 세계대학 평가에서 최상위권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논문피인용부분에서 GIST는 세계명문대학인 칼텍과 하버드대와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여기에 지난달 전자신문과 대한변리사회가 공동평가한 `2013 대학 지식재산 경쟁력 평가 종합순위`에서 5위를 달성해 화제를 모았다. 지식재산 확장성과 글로벌 지원역량을 평가한 글로벌 경쟁력 부문에서 GIST는 당당히 정상을 차지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처럼 광주에 위치한 GIST가 이뤄낸 쾌거에는 교수와 학생, 교직원의 숨겨진 땀방울이 함께했다.
글로벌 수준의 연구력을 자랑하는 GIST(총장 김영준)가 첨단산업 R&D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다. GIST는 올해 광주의 주력산업인 광산업과 연계한 특화캠퍼스 구축을 비롯해 과학비즈니스벨트 기초연구단,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지식재산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논문 피인용수 세계 6위
GIST의 강점은 탁월한 교육 및 연구성과, 세계적 수준의 연구역량에서 찾을 수 있다.
GIST는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가 지난달 발표한 2013년 세계대학평가의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 부문에서 지난해보다 한 단계 상승한 세계 6위로 평가됐다. GIST는 지난해에 이어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 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이 부문 세계 10위권에 올랐고 2008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가 세계 1위를 차지했고 미국의 캘리포니아공대(칼텍), 록펠러대, 하버드대, 스탠퍼드대가 뒤를 이었다.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는 대학의 연구 실적뿐만 아니라 논문의 질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이다. 주관성이 개입될 수 있는 평판도와 달리 대학의 평균적인 연구 수준과 역량, 영향력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장 신뢰도 높은 평가 항목으로 꼽힌다. QS는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를 평가하기 위해 세계 최대 논문 초록 및 인용 횟수 데이터베이스인 `스코푸스(Scopus)`를 활용한다.
◇우수교원 채용 연구역량 강화
GIST가 이같은 성과를 내게 된 배경은 일찍부터 우수 교원을 채용해 교육 및 연구역량 강화에 집중 투자했기 때문이다. GIST는 신규 교원을 임용할 때 안정적인 교육연구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1인당 2억원씩 지원하고 있다. 연구 업적이 우수한 교원에 대해서는 정년을 연장할 수 있는 `GIST 시니어 펠로` 제도를 도입했다. 교수 업적 평가 때 논문이 게재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저널의 순위에 따라 가점 등급을 세분화해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재학생이 교수와 파트너가 돼 연구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것도 연구역량을 높인 비법이다. 대학원생은 연구과제에 100% 참여해 연구 장려금, 조교수당, 장학금을 받는다. 이런 지원 시스템 덕분에 2005년 이후 졸업한 박사들은 재학 중 평균 6편 이상의 SCI급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하고 있다. 재학생 1인당 특허 출원 건수도 0.24건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모든 전공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전통을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교수 대 학생 비율이 낮아 10명 안팎의 소규모 수업 환경에서 발표 및 토론 중심의 문답식 교육이 가능하다.
◇꼼꼼한 교수평가시스템 주목
GIST는 세계 수준의 교수 연구력을 일궈낸 일등공신으로 성과 중심의 교수업적 평가 시스템을 꼽았다. GIST는 매년 교수 업적 평가 시 분야별 상위 10% 또는 30% 이내 SCI 저널에 논문을 게재할 경우 가점을 부여하며 논문의 질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또 연구자의 참여 정도를 실적에 반영하기 위해 공저자보다 주저자로 참여한 논문을 보다 중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평가 결과는 연봉, 승진, 재계약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KAIST나 포스텍보다 규모는 작지만 평균적인 연구 역량과 효율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평가다. 1993년 연구중심 대학원으로 설립돼 대학원 과정만 운영하다 2010학년도부터 학사과정을 신설한 이후, 학·석·박사 과정을 연계하는 유기적인 교육·연구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2 칼텍 꿈꾼다”
GIST는 20년 내에 칼텍 수준의 세계적인 대학 도약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칼텍의 교육방법, 교과 과정, 실험실 등을 벤치마킹해 심화된 기초과학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칼텍과 교류협력을 진행하고 있는 대학은 GIST가 유일하다. 지난해에는 GIST와 칼텍이 교수·학생 교류 확대 및 공동융합연구소 설립 등을 담은 양해각서도 교환했다.
GIST 대학은 2014학년도 대학입시 수시모집 결과 7.1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전형 140명 모집에 992명이 지원했으며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기회 확대와 사회적 배려를 위해 올해 처음 도입한 기회균형선발 특별전형에는 10명 모집에 52명이 지원, 5.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GIST 대학은 올해 초 2014학년도 전체 학생 모집 정원을 전년도 110명에서 170명으로 증원했으며 이 중 150명(기회균형선발 10명 포함)을 수시모집을 통해 선발하고 나머지 20명은 정시모집으로 선발한다.
GIST대학은 이들 지원자 중 서류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면접전형을 한 뒤 다음달 15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창의력의 원천이 되는 교양교육도 강화한다. 고전 100권 읽기와 기숙사 하우스제도를 통해 사고력과 의사소통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무학점 4학기 악기교육과 무학점 6학기 체육교육을 필수 이수토록 해 예술적 감각을 겸비한 과학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이관행 부총장은 “GIST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교원, 잠재력 있는 학생, 젊고 전문성을 갖춘 직원 등 훌륭한 맨파워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연구 역량을 갖춘 대학으로 성장했다”며 “기관 설립 초기부터 대내외 환경변화에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