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주목할 변화는 국산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이하 DB)의 약진이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을 넘어 일반기업까지 국산 적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새로운 사업에 국산을 우선 도입하는 것은 물론, 종전 외산 제품을 대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산 DB의 시장점유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하고, 해외 기업의 공세도 여전히 강하다. `국산은 불안하다`는 인식도 여전하다. 국산 도입 확산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DB 적용, 교체를 앞둔 기업·기관은 고민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국산 도입 확산, 왜?
DB는 기업·기관 정보기술(IT) 시스템의 핵심인 만큼 교체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무엇보다 무리한 교체가 이뤄지면 시스템 안정성 담보가 어렵다. 그럼에도 종전 도입한 외산을 국산으로 대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나 불합리한 라이선스 정책을 제시하는 게 첫 번째 원인이다. 기업 성장에 따라 직원수가 늘고 사용하는 시스템 규모가 커지면 종전 DB 라이선스로는 대응이 안 된다. 일부 외국 DB 업체는 이를 이용해 추가 라이선스 비용을 요구하거나, 무제한 라이선스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유지보수 비용을 높인다. 기업 CIO는 보통 후자를 선택하게 되고, 해당 DB 업체에 종속이 더 심해진다. 이밖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외국 DB 업체들이 비용 부담을 늘리자 CIO들은 대안으로 국산을 고려하게 됐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과거보다 크게 높아진 국산 DB의 품질이다. 티베로, 알티베이스, 큐브리드 등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국내외에서 실적을 쌓으며 품질 개선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였다.
일부 제품은 외산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격 대비 품질 경쟁력이 높고, 해외 업체보다 유지보수 대응도 빠르다는 평가를 받아 많은 CIO들이 국산 DB 도입을 본격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한 DB 업체 관계자는 “국산 DB 도입은 외국 기업과의 협상 경쟁력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실제 한 대기업은 구매 대상에 국산 제품을 포함시켜 DB 기업 간 경쟁을 유도해 당초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단계적 접근이 필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쉽게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큰 차이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글로벌 기업 제품과 국산 사이에 품질 차이는 존재한다는 평가다. 글로벌 DB 1위 기업 오라클은 최근에도 성능을 향상시킨 새로운 DB와 관련 제품을 선보이는 등 선두자리 굳히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SAP의 HANA도 높은 품질로 시장에서 호평 받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기업 기간 시스템에 적용된 DB가 대부분 외산이기 때문에 새롭게 사업을 추진할 경우 반드시 호환성·안정성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상적인 방법으로는 `단계적 접근`이 꼽힌다.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을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의 DB부터 우선 국산 도입을 추진하고 단계적으로 늘려가는 방법이다.
또 다른 DB 업체 관계자는 “단시간에 국산으로 DB를 대폭 바꾸겠다는 생각 보다는 업무 등급을 나눠서 선별하거나 우선순위를 정해 도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기간 영역은 종전대로 외산을 유지하면서 중소 규모 DB부터 국산으로 대체한다면 비용저감과 안정성 확보가 모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대기업이 이미 이런 방식으로 국산 DB 적용에 나서고 있다”며 “기업 CIO 입장에서도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IT 시스템 효율을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산 DB 도입 열기가 지속되려면 무엇보다 관련 기업의 지속적인 연구개발(R&D)도 필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보급에 머물지 않고 해외시장 개척에 노력해 공급 실적을 쌓고 안정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