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공·화학계열 인재 `금값` 치솟았다...인력 스카웃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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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레진을 만드는 중소기업 A사는 최근 직원 휴게실을 확대하고 체육시설도 들여놨다. 실적이 좋아 직원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올해 매출이 연초 계획보다 70%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직원들을 위한 투자가 급선무가 됐다. 최근 화공·화학 전공 소재 전문인력 수요가 스카우트전으로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A사에는 헤드헌터로부터 전화를 받아 보지 않은 연구개발 직원이 없을 정도다. 가뜩이나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대기업으로 이탈하는 직원들이 생기면 큰일이다. 경영진은 연구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직원 혜택도 늘리기로 했다.

한동안 전자계열에 밀렸던 화공·화학 엔지니어들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한국이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소재산업이 빠르게 위상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소재기업들은 국내 전자·자동차 기업들과 협력하기 위해 연구개발(R&D)센터와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국내 대기업들도 소재산업 육성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소재산업이 성장하면서 전문인력들의 몸값은 더욱 높아졌다. 수요는 갑자기 증가한 데 비해 인력은 하루아침에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소재 전문 엔지니어들의 몸값은 말 그대로 `금값`이 됐다. 첨단 전자소재 분야에서 화학계열 전공자들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다.

연말에는 특히 삼성그룹이 전자소재연구소를 개설할 예정이어서 소재전문 인력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자소재연구소가 처음에는 삼성그룹 내 5개 계열사 인력 수천명으로 운영되지만 내년까지 연구소 수용인력을 2만명 수준까지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외부 인력 수혈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글로벌 소재기업들도 한국에 기반을 더욱 확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 전자·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세계적인 위상이 그만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화학회사 바스프는 한국에 아·태 전자소재사업부 본사를 옮긴 데 이어 연구소까지 설립하기로 했다. 다우케미칼도 100여명 더 연구인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반도체·LCD용 재료를 전문 생산하는 TOK도 한국에 문을 열었다. 도레이는 PPS 컴파운드 공장을 한국에 짓기로 했다. 앞다퉈 사업 기반은 늘리고 있지만 전문인력은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게 글로벌기업들의 목소리다.

한 해외 소재회사 한국 지사장은 “연초까지만 해도 글로벌회사라는 브랜드가 호응을 얻었지만 국내 대기업이 인력 수혈에 나서니 그나마도 어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요즘 직원 채용하는 일에 `올인`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한 중소 소재 전문업체 사장은 “명문대는 물론이고 수도권 출신 대학 졸업생도 채용이 힘들다”며 “직원 인맥으로 한 명이라도 더 데려오려 하지만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