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소프트웨어(SW) 혁신전략 발표에 부쳐

김진형 앱센터운동본부 이사장
김진형 앱센터운동본부 이사장

박근혜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준비하던 SW 혁신전략을 드디어 발표했다.

이 발표에 큰 기대를 가졌던 것은 이 정부가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해 SW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공약했고 그 실천전략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장관이 갖고 있는 SW혁신의 의지를 관료들이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 관심거리였다.

전 세계적으로 SW혁명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SW를 성장동력으로 삼아 국가경쟁력을 혁신하겠다는 비전을 공유한 것을 환영한다. 특히 이번 발표가 `SW산업 육성정책`이라는 명칭으로 발표된 것이 아니라 SW 혁신전략으로 발표된 점에 주목한다. 지금까지 여러 번 정부가 SW산업 육성정책을 내놓았으나 이는 SW 시장도 크고 남들이 잘하는 산업이니 우리도 잘해보자는 수준이었다.

현 정부는 SW를 창조경제의 실현 도구이자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로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 SW산업은 규모가 작고 경쟁력이 부족하지만, 주력산업의 경쟁력 유지와 신산업 창출을 위해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1960년대 중화학 공업을 키우기 위해 철강산업을 먼저 키우고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SW 혁신전략을 인력, 시장, 생태계 문제로 구체화한 것도 적절하다. SW는 지식과 정보를 구체화한 것이고, SW 생산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SW 인력문제는 SW 혁신전략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대학을 중심으로 하되 현장중심으로, 복수전공으로 SW 융합인력 양성, 중소기업 재직자 재교육 지원 정책 등은 효과가 곧 기대된다. 특히 초·중등 SW 교육 강화는 우리의 교육 혁신 차원에서도 꼭 필요하다. `정보`과목의 정규 교육 확대와 수능 선택과목화는 이 정부에서 꼭 실천해야 할 항목이다.

시장 이슈도 정확히 꿰뚫었다. 우리나라 SW 활용도는 선진국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더욱 적극적으로 SW를 활용해 모든 산업에서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수요 창출로 SW 시장이 확대되면 SW산업은 자연스럽게 육성된다. 생활 밀착형 연구과제에 투자함으로써 SW 활용이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것도 좋다.

반면에 `촉진하겠다`는 선언이나 연구비 투입만으로는 부족하다. SW 활용촉진에 대한 정책지표가 필요하다. 정권 차원에서 구체적 지표를 설정하고 이를 산업별, 부처별로 목표를 할당하고 달성하도록 독려했으면 한다.

정부도 스스로 SW 활용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SW산업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정부의 업무를 고도화하기 위함이어야 한다. SW 투자는 투명성, 안전성, 효율성, 소통 능력을 고양한다. 범 부처 차원에서 공공 SW사업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

창업-성장-글로벌로 이어지는 기업 생태계 조성을 SW 생태계의 핵심 문제를 본 것은 매우 전향적이다. 창업은 혁신에서 일어나고 SW는 혁신의 도구기 때문에 창업 생태계에서 SW는 중요하고, 또 SW산업 생태계에서도 창업이 중요하다. 가시적인 창업지원도 좋지만 디지털 콘텐츠 리소스 확충, 공공데이터 개방 등의 지식사회 인프라를 적극 구축하는 것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창업은 기술력, 특히 SW기술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창업하는 이들에게 R&D 자금 지원을 강화했으면 한다.

SW 공공사업 추진방식 합리화, 상용SW 유지관리대가 상향, SW시장 불공정 관행 개선 등의 단골 메뉴가 또 나타났다. 이번 정부에서는 이런 약속들이 실천돼 다시는 이런 문구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격보다는 기술·품질 중심의 구매, 개발자의 공공 SW 저작권 소유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당국,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타 부처들의 협조가 필수다. 공직자 SW교육 확대 등도 적절하다.

하지만 이번 발표가 부처의 한계를 넘어가지 못한 것은 아쉬움을 남는다. 초·중등 SW 정규교육, SW 유지관리비 정책 등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발표하는 자리에 관계부처 장차관이라도 동석했더라면 모양새가 더 좋았을 것이다. SW 혁신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사업은 결국 대통령 프로젝트여야 함을 다시금 확인했다.

김진형 KAIST 전산학과 교수 및 (사)앱센터 이사장 jki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