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무선사업 중심 축 태블릿PC로…부품사업 수혜, AP·GPU 시장 경쟁 재점화

스마트폰 목표는 보수적으로 책정, 태블릿은 공격적으로

삼성전자가 내년 스마트폰 판매 목표는 보수적으로 책정한 반면에 태블릿PC(스마트패드)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기로 하면서 배경에 업계 내외의 관심이 쏠렸다. 당장은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률 감소를 중·대형 기기로 만회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면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에서 반사이익도 노리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그래픽프로세서(GPU) 등 핵심 칩 시장에서는 스마트패드를 중심으로 또 한 차례 격전이 예상된다.

◇모바일 중심 축, 스마트패드로

삼성전자가 성장동력을 스마트패드에서 찾을 것이라는 관측은 연초부터 예견됐다. 주력 모델인 갤럭시S4가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올리면서 곧바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중저가·보급형 스마트폰 모델 위주로 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형화가 대안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스마트패드 라인업에 13.3인치 크기의 제품까지 넣으면서 노트북·데스크톱 PC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다는 복안이다.

◇디스플레이·반도체 수혜 전략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수익률 하락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부품(DS) 사업 부문에는 반사이익을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3차원 적층 구조의 `V낸드`를 발표하면서 메모리 대용량화에 성공했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스마트패드에 경쟁 메모리 업체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모바일 D램 역시 그래픽 처리량이 많은 스마트패드 공급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 양산할 화성 17라인도 시스템반도체 전용라인이 아닌 메모리 반도체 하이브리드 라인으로 구축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최근 천안 사업장 7세대 LCD 공장을 모바일용으로 전환했다. 이미 스마트패드 시장을 준비해온 것으로 해석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도 수혜가 예상된다. 옥타코어 프로세서를 사용한 `엑시노스5430`은 코어 수에서 스마트폰 활용도를 극대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이 많았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스마트패드에는 8개 코어를 다 활용해야 하는 때가 많다”면서 “엑시노스가 퀄컴 스냅드래곤에 비해 전력 소모량이 많다는 단점도 배터리 용량이 큰 스마트패드에서는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가 대형화되는 만큼 전력관리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여타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도 도움이 된다.

◇스마트패드, AP·GPU 시장 경쟁 재점화

스마트패드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주력으로 부상하면 대용량·그래픽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화면이 큰 만큼 GPU 성능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ARM이 때를 맞춰 16개 그래픽 코어까지 지원하는 `말리 T760`을 출시한 것도 스마트패드를 겨냥한 포석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춤했던 엔비디아가 약진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AP 시장 구도도 변화가 예상된다. 인텔은 삼성전자 `갤럭시탭` 시리즈에 AP와 모뎀칩(베이스밴드)을 공급하면서 부활을 알렸다. 14나노 트라이게이트(Trigate, 핀펫 공정과 동일) 양산을 앞둔 인텔이 브로드컴·마벨 등 AP 업체에 반도체 외주생산(파운드리) 라인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변수다.

고해상도 그래픽을 처리해야 하는 만큼 AP 아키텍처 경쟁 역시 더욱 심화된다. 코어 수를 늘리거나 버스 기술을 개선하는 등 AP 속도·용량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퀄컴은 지난주 네트워크온칩(NoC) 업체 아테리스를 인수하면서 아키텍처 기술을 보강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