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폰 커버유리 소재 독립 난항…NEG와 합작사 설립 무산 위기

스마트폰 커버유리 소재 독립에 나선 LG전자의 행보에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당초 LG전자는 일본전기초자(NEG)와 손잡고 연내 구미에 합작사를 설립, 내년 상반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합작사 지분 문제를 놓고 양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버유리 합작사 설립이 차질을 빚으면 내년 LG전자 스마트폰 생산 전략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전자와 NEG가 서로 경영권 확보를 고집하면서 합작사를 설립, 세계 시장을 아우르겠다는 원대한 계획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NEG가 먼저 합작사 지분율 51%를 요구했고 LG전자는 거절했다. 지난여름까지만 해도 두 회사는 빈번하게 만나면서 무난하게 협상이 타결되는 듯 보였다. NEG는 원판유리와 함께 강화유리 생산 기반 기술을 제공하고 LG는 PDP 공장 내 용지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구체적 협상 성과도 나왔다.

특히 NEG는 시트방식 커버유리 일체형(G2) 터치스크린패널(TSP) 생산에 특화된 강화유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통상 강화유리 제조에 쓰이는 원판유리는 강화 심도가 깊어 절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코닝 고릴라 글라스 등이 원판유리를 일일이 자른 후 셀 방식으로 커버유리를 가공하는 이유다. 시트방식으로 커버유리를 만들면 생산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G2 TSP 기술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지분율 문제로 두 회사 간 협상 분위기가 냉랭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소식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LG와 NEG는 1990년대 중반에도 브라운관 유리 합작사 설립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며 “두 회사 간 시각차로 시장 대응이 늦어진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LG전자는 NEG와의 합작사 설립이 물 건너갈 가능성에 대비해 독자 회사를 설립하거나 경쟁력 있는 협력사와 손잡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스마트폰 커버유리 수급 불안이 빈번한 만큼 반드시 수직계열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현재 스마트폰 커버유리는 렌즈테크놀로지·후지크리스털·바이탈링크 등 중국 업체가 주로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산 커버유리는 품질 불량률이 높아 커버유리 일체형(G2) 터치스크린패널(TSP) 등 차세대 부품을 생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공급부족 사태가 벌어지면 삼성전자·애플 등 우량 고객에 우선적으로 물량을 배정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LG전자·HTC 등 후발 업체는 스마트폰 커버유리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았다.

LG 관계자는 “커버유리는 스마트폰 사용자 환경(UI)·디자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합작사 설립 외에도 스마트폰 커버유리를 수직계열화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