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비트코인이 화폐가 될 수 없을까

뜨겁게 달아올랐던 비트코인 열기가 좀 수그러들었다. 과연 비트코인이 달러의 뒤를 잇는 글로벌 통화가 될 수 있을까.

더애틀랜틱은 비트코인이 `페이팔 2.0`은 될 수 있지만 제2의 달러는 아니라고 보도했다. 비트코인은 현재 경제 시스템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상 화폐로 글로벌 통화로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왜 비트코인이 화폐가 될 수 없을까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상승했지만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비트코인 존재조차 알지 못하고 예전과 다름없는 삶을 산다. 비트코인 열풍은 몇몇 제한된 사람 사이에서 일어났고 가격 급락은 이들에게만 영향을 미쳤다. 화폐는 널리 이용돼야 하는데 비트코인 보유자는 급변하는 가격 때문에 실제 구매나 거래에 이를 이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비트코인 계정을 가진 사람의 64%는 한 번도 거래하지 않았다. 아직 비트코인을 받는 상점이 많지 않지만 대부분 화폐로 쓰기보다 투기 목적이다. 당장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보다 주식처럼 가치 상승을 노리는 편이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거래하지 않는 가상 화폐가 글로벌 통화가 될 가능성은 낮다. 그나마 비트코인이 통용되는 곳은 마약이나 무기 밀거래를 위한 불법 거래다. 익명성을 보장하는 비트코인은 블랙마켓에서만 통하는 틈새 화폐에 머물 수 있다.

더애틀랜틱은 비트코인이 글로벌 통화가 되려면 중앙은행이 개입해 안정된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비트코인 정신에 위반된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 없이 규모가 제한된 가상화폐다. 수요가 증가하면 더 많은 돈을 찍어내 가치 급등을 막아야 하는데 비트코인 수량은 제한돼 있다.

더애틀랜틱은 “비트코인 기술은 혁명적이지만 통화로 가치는 생각해볼 문제”라며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처럼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비트코인의 성장과 향후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가치저장수단과 결제수단으로 기능이 약화되며 쇠퇴할 수 있다”며 “저비용 결제수단으로 일부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변동성이 줄어들면 가치척도 기능이 일부 회복돼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국 정부 규제도 비트코인 확산을 막는다. 5일 중국 중앙은행이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했다. 독일과 노르웨이는 비트코인을 화폐가 아닌 금융상품으로 규정했다. 두 나라는 비트코인을 금융상품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