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국가 이스라엘 대해부](중) 벤처 생태계의 핵심, `글로벌 벤처캐피털`

# 이스라엘 벤처기업 대부인 로니 에이나브(Roni A. Einav)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이스라엘 업체 20여개를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심지어 자신이 설립한 `뉴 디멘션 소프트웨어`는 상장하기까지 1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는 미국 진출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한국 스타트업이라도 미국 시장에 진출해 나스닥 문을 직접 두드리는 것은 쉽지 않다”며 “나스닥에 상장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 조언과 네트워크를 그대로 밟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라는 것은 자금뿐 아니라 네트워크까지 제공해줄 수 있는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갈 에를리히 회장
이갈 에를리히 회장

이스라엘 스타트업 지원금은 크게 민간 벤처캐피털 지분 투자를 받는 형태와 정부 수석과학관실(OSC)에서 운영하는 R&D 자금으로 나뉜다. 얼핏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지원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펀드 운용 주체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이스라엘 민간 벤처캐피털(VC)은 약 200개사다. 연간 450억달러 정도의 자금을 펀딩해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이들이 운용하는 펀드는 40여개 수준이다. 투자 규모만 따지면 인도의 350배에 이른다. 유럽 전체를 더한 것보다 30배가 많고 미국과 비교해도 2.2배가량 높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자금원이다. 미국에서 50%, 유럽 30%, 이스라엘 10%, 기타 10% 수준이다. 이스라엘 국내에서 자금 확보는 현격하게 낮은 수준이다. 느헤미야 페레스 피탕고 벤처캐피털 회장은 “해외 벤처캐피털이 투자해 수익을 올리면 세제를 감면해주는 다양한 유인책이 있어 많은 자금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부 자금은 어떨까. 수석과학관실(OSC)에서는 다양한 글로벌 펀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스라엘 업체가 해외 파트너 국가 스타트업과 조인트벤처를 만드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가장 오래된 미국·이스라엘 펀드 `BIRD`를 비롯해 캐나다·이스라엘 펀드 `CIIRDF`, 싱가포르·이스라엘 펀드 `SIIRD`, 영국·이스라엘 펀드 `BRITECH` 등이 있다. 지원금은 각국 업체 R&D 비용의 최대 50%까지 지원된다. 이 시스템을 조기에 안착시킨 에후드 올메르트 전 총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26살짜리 청년 세 명이 세웠던 체크포인트가 초기에 발굴되어 나스닥에서 시가총액 1200억달러에 거래된다”며 “성장성이 있는 업체를 발굴하고 정부 보조금과 해외 네트워크를 투입해 육성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내수시장이 좁다. 해외 네트워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든 시장이다. 쉬무엘 레비 세콰이어 캐피털 이스라엘 지회장은 “인구수가 770만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에 VC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이베이, 체크포인트 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며 나스닥에 안착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VC의 무려 35%에 달하는 자금이 이스라엘 기업에 집중되고 있으며 나스닥 외국 기업 160여개 중 이스라엘 기업이 61개로 캐나다를 제치고 1위인 이유다. 1992년 설립된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1호 요즈마펀드 창업자 이갈 에를리히 회장은 “아이디어가 있는 청년에게 융자가 아닌 투자금을 지원하고 정부 과학자들이 세심하게 살펴줌으로써 성공률을 높였다”며 “성공한 벤처사업가들이 재투자하는 방식을 도입해 10년 동안 100억달러 이상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