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가운데 소프트웨어(SW)나 시스템 설계 서비스는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업계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연구개발(R&D), 공정 기술, 서비스 비용은 점점 상승하는 데 비해 AP 가격은 떨어져 수익률이 악화되는 추세다.
23일 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지난해 12조8000억원의 매출액과 4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전년 매출액 14조70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수직 하락했다.
퀄컴 역시 지난해(9월말 회계 기준) 매출액은 191억2000만달러에서 248억7000만달러로 30% 성장했지만 영업이익률은 30%에서 29%로 오히려 감소했다.
삼성전자·퀄컴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공급하는 AP 판매 가격은 각각 15·12달러다. 삼성전자 외 스마트폰 업체는 15~19달러에 AP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뎀(베이스밴드)을 통합하면 이보다 5~6달러가량 비싸진다. AP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별로 구매 가격이 상이하지만 전반적으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건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솔루션·서비스 비용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종전에는 AP만 공급하면 시스템에 적용하고 보드를 구성하는 일을 세트 업체가 맡았지만 지금은 AP 업체가 보드 설계까지 지원하는 추세다. AP가 핵심 부품과 시스템 전체의 두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 키트나 설계 인력 지원은 무료로 제공한다.
여기에 기술 개발 비용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65나노 AP를 설계해 외주생산(파운드리) 공장(팹)에서 한번 제조하는 비용이 10억원 이내였다면 28나노 공정은 30억~40억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SW·서비스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반도체 가격을 정할 때 고려하는 기준은 하드웨어에 국한된다”며 “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이 같은 비용을 판매 가격에 포함시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