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한국에 못 올 구글 자율주행 자동차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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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광진 에스피에이치(SPH) 대표
<소광진 에스피에이치(SPH) 대표>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구글 무인 자동차를 탑승해 볼 기회가 있었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이상묵 교수 이후 두 번째 탑승자가 아닐까 싶다. 2011년부터 구글 지도를 판매·마케팅 해온 에스피에이치(SPH)가 지도 부문 글로벌 최고 파트너로 선정된 데 따른 것이었다.

그 순간은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탑승 순간, 설?던 마음은 이내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무인 자동차는 운전자가 운전을 하던 중 고속도로를 올라가자 `자동운전 모드`로 전환해 자연스레 도로를 달렸다. 만감이 교차했다. 이 꿈의 자동차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기술의 성과라는 점, 또 2~3년 내 상용화가 충분할 것이란 느낌은 경이감마저 들게 했다.

차에서 내린 후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한국에서는 이 놀라움을 경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1975년 안보상의 이유로 만든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할 수 없다. 반출 시 국토부 장관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해외에 서버를 둔 구글은 우리나라 지도 데이터를 서버에 가져갈 수 없다. 이 때문에 `자동차 길 찾기`처럼 무인자동차를 위한 핵심 서비스를 한국에서 할 수 없다. 무인자동차의 핵심 데이터와 소프트웨어가 한국에서 작동할 수 없는 것이다.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처지와 안보의 중요성 때문이라는 정부의 주장을 존중한다. 지도 데이터가 적에게 유리한 정보를 줘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도 동의한다. 문제는 이런 식의 대응은 지도 데이터를 어디서도 구할 수 없도록 꽁꽁 매어 적에게 보여주지 않아야 했던 시절의 방식이라는 점이다.

강산이 세 번 넘게 변했고 세상도 바뀌었다. 구글이 가져가지 못하도록 한 그 지도는 지금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에서 클릭 한번만으로도 볼 수 있게 됐다. 해외에 출국하는 누군가의 스마트폰 속에는 지도가 깔려 있으니 법률을 어긴 셈이 된다. 우리나라와 전 세계 내비게이션에 이미 깔려 있는 지도인데 적이 쳐들어올 때 사용할까 두려워 막는 격이다.

세계 200여개 국가 지도 정보를 50여개 언어로 제공하는 구글에서 보면 중국과 북한까지 문을 연 상황에 우리나라만 자물쇠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길, 자전거길, 도보길 찾기 등이 안 된다. 다만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은 민간이 만든 것이라 서비스가 가능하다.

다국어 지원도 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세계 어느 나라 관광객도 구글 지도를 `한국어`로만 봐야 한다. 싸이 덕에 유명해진 `강남`을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지만 외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구글 모바일 지도는 한국에서 사용하지 못한다.

IT 강국의 이점을 살린 창조경제를 이끄는 정부와 공무원도 이 문제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섣불리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이 문제다. 국산 지도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은 근거가 약하다. 구글 지도를 활용해 세계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해외 전자제품의 수입을 금지해 글로벌 기업이 된 것인가.

보스턴컨설팅그룹은 공간정보산업이 연 300조원 시장으로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세계 시장과 맞먹는 규모다. 열악한 상황에도 세계를 바라보는 한국의 많은 지도 서비스 벤처 혹은 대·중견기업이 수출 전선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진입을 막았기 때문에 카카오톡과 라인이 탄생한 것이 아니다. 세계적 제품·서비스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세계적 제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우물 안 개구리를 자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소광진 에스피에이치(SPH) 대표 kjso@sphinfo.co.kr